[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축구협회(KFA)가 광주FC의 연대기여금 미납 논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자체 징계는 배제했다.
KFA는 16일 오후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최근 벌어진 '광주FC의 연대기여금 미납으로 인한 FIFA의 선수등록금지 징계'와 관련하여, 협회 행정 절차상의 미숙함으로 K리그 현장에 혼란이 야기된 부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KFA의 공식 입장을 전했다.
KFA는 '본 사안은 고의성이 없는 행정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고이며, 따라서 지금까지 진행된 경기에 출전한 광주 소속 해당 선수들을 '무자격 선수'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라고 밝혔다. '행정 실수'라는 사실을 부각하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무자격 선수의 출전으로 인한 몰수패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했다.
이어 '해당 선수들을 무자격 선수로 규정하여 지난 경기 결과들을 번복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치러진 경기 결과를 인정하여 귀책사유가 없는 선수들의 출전 자격을 보장하고 대회와 리그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KFA는 '협회의 이같은 판단은 국제축구연맹(FIFA) 및 아시아축구연맹(AFC)로부터의 협회 및 광주에 대한 징계 가능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협회는 이미 FIFA, AFC 관계자들에게 관련 사실에 대한 질의를 진행하였으며 최대한 '고의성 없는 행정실수'임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추가소명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대회와 리그의 가치 제고 및 신뢰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하는 협회로서, 앞으로는 이와 같은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프로축구연맹 및 구단 등 유관기관과의 의사소통 절차와 업무 프로세스를 보다 체계화하고, 재발방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광주는 2023년에 영입한 아사니의 연대기여금을 미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연대기여금이란 프로 선수가 계약 만료 이전에 다른 나라의 팀으로 국제 이적하여 이적료가 발생할 때 지급하는 돈이다. 이적을 통해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만 12세부터 만 23세까지 해당 선수가 소속됐던 각 팀에 일정한 비율의 연대기여금을 지급해야 한다. FIFA는 2022년 11월,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자 '클리어링 하우스 제도'를 시행했다. FIFA의 '클리어링 하우스'에서 연대기여금 및 훈련보상금 분배 내역을 산정해 구단에 분배하는 형식이다.
FIFA는 광주 구단에 아사니의 전 소속팀 등에 지급해야 할 연대기여금 약 3100달러(약 43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지급을 요청했지만, 광주가 미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FIFA는 결국 등록 금지 목록에 광주를 올렸다. FIFA는 '등록 금지 리스트는 축구계의 필수적인 자료로, 현재 FIFA의 선수 등록 금지 처분을 받고 있는 전 세계 클럽들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 목록에는 재정 분쟁, 규정 위반 등 다양한 위반 행위로 인해 일시적으로 선수 등록이 금지된 클럽이 포함되었다. 회원국 협회, 연맹, 클럽, 선수, 에이전트에게 필수적인 도구 역할을 하는 FIFA 등록 금지 목록은 스포츠 내 투명성과 규정 준수를 보장하는데 도움을 주며, 이해관계자들이 금지 기간 어떤 클럽이 신규 선수 영입에 부적격한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적혀있다.
FIFA는 2024년 12월17일부터 징계 효력이 발생한다고 적시했다. 징계 기한은 '지급이 될 때까지'다. 연대기여금과 미지급에 따른 5000만 스위스프랑(약 840만원)의 벌금이 완납 확인되어야 리스트에서 삭제된다. FIFA가 명시한대로 선수 등록 금지 리스트는 '선수 영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어느 구단이 선수 영입이 부적격한지 확인하라고 만든 데이터베이스다.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대로 FIFA의 행정상 오류일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다.
광주의 입장은 이렇다. 광주는 FIFA '클리어링 하우스' 가상계좌에 연대기여금을 제때 지급했지만, 가상계좌가 닫히면서 두 차례나 반송됐다고 말한다. 이후 업무를 담당한 두 명의 직원 중 한 명이 퇴사하고, 다른 한 명이 휴직에 돌입하면서 송금 업무가 미처리된 상태로 수개월을 보냈다고 한다. 협회가 FIFA로부터 받은 징계 공문을 이메일로 전달했지만,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구단은 뒤늦게 징계 사실을 인지했다. 이번 사건을 '인재'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다. 문제는 징계 시점 직후에 이적시장이 열렸다는 것이다. K리그는 지난 1월1일부터 3월27일까지 정기 등록기간(겨울 이적시장)을 진행했다. 광주는 이 기간에 헤이스 주세종 진시우 민상기 황재환 박인혁 박정인 권성윤 유제호 곽성훈 등 선수 10명을 새롭게 영입했다. 영입 금지 징계 사실을 인지했다면, 영입하지 말았어야 할 선수들이다. 이 과정에서 상급기관인 프로축구연맹을 거쳐 선수 등록 업무를 총괄하는 대한축구협회가 영입된 선수를 등록했다. 결과적으로 협회, 연맹, 광주 구단은 FIFA의 징계를 어긴 셈이 됐다.
광주의 이적생들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스쿼드에도 포함돼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20경기 이상을 치렀다. 챔피언스리그에선 깜짝 8강에 올라 아시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한 국내 축구계 관계자는 '등록 금지 기간에 영입된 선수는 '부정선수'로 볼 여지가 있다. 부정선수로 의심받는 선수들이 뛴 경기는 몰수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 산프레체히로시마는 지난시즌 챔피언스리그2 8강 1차전 라이언시티전에서 '부정선수' 발레르 제르망을 투입했다는 사유로 몰수패했다. 1차전에서 0대3 몰수패를 당한 히로시마는 2차전에서 1대1로 비겨 탈락 고배를 마셨다. 제르망은 전 소속팀에서 받은 3경기 퇴장 징계로 라이언시티전에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K리그 타구단은 '명백한 규정 위반'을 주장하며, 부정선수의 출전에 따른 몰수패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는 "징계가 아닌 제재"이며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거라며 낙관하고 있다. 지난 13일 연대기여금과 벌금을 FIFA측에 '재송금'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한 이적시장 관계자는 "FIFA가 클리어링 하우스'를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 처리가 원활하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KFA는 일단 몰수패 시나리오는 배제하며 광주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연대기여금이 지급되는 즉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지, 추가 제재가 내려질지, FIFA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1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리는 포항-광주전은 여러모로 큰 관심 속에 치러질 전망이다.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