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5년 축구인 골프대회'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축구인들, 미소 속에는 저마다 다른 고민이 숨어 있었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머릿속에는 6월 A매치뿐이었다. 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6월 6일 홈에서 이라크, 10일 원정에서 쿠웨이트와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9, 10차전을 치른다. 현재 4승4무, 승점 16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승점 1만 추가해도 본선행을 확정짓는다. 하지만 방심은 없다. 홍 감독은 선수 선발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 등 유럽파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고민이다.
홍 감독은 "지금 계속 선수들을 체크하고 있다. 다음 주에 발표니까 계속 보고 있다. 누군가 눈에 띈다기 보다는 꾸준히 잘 하는 선수들 위주로 이번주까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가장 고민이 되는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와 풀백이다. 풀백은 A매치마다 이름이 바뀌고 있다. 홍 감독은 "계속 고민 중이다. 중앙 미드필더와 풀백이 특히 그렇다. 골키퍼들이 요즘 너무 잘 해서 그것도 고민이다. 골키퍼 경쟁이 심하다"고 했다.
K리그2 감독들에게는 역시 승격 고민을 빼놓을 수가 없다. 변성환 수원 삼성 감독은 '승격 선배' 이정효 광주FC 감독을 만나 조언까지 들었다. 이 감독은 2022년 광주를 K리그2 우승으로 이끌며 승격에 성공했다. 변 감독은 "자신 있게 하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디테일하게 알려달라고 했더니 '라이벌팀을 꼭잡아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라고 했다. 이 감독에게 '어떤 조언을 했냐' 물었더니 "내 코가 석자"라고 얼버무렸다.
K리그2 감독들은 올 시즌 승격 전쟁이 장난이 아니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현석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힘들다. 한 번 지면 순위가 뚝뚝 떨어진다. 오죽하면 좋아하는 골프를 1년간 안쳤겠나. 무서운 팀들이 너무 많아서 꿈에 나올 정도다. 수원이 자주 나타난다"고 했다. 조성환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작년보다 더 상향평준화 된 느낌이다. K리그1 하위팀보다 K리그2 상위팀 전력이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축구에 관해서는 엄살을 부리던 감독들도 골프 얘기 때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석 감독은 뒷조에 있던 '후배' 김도균 서울 이랜드 감독을 보더니 "축구는 내가 안되지만, 골프는 '내 밥'"이라고 했다. 김도균 감독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조성환 감독과 함께 라운딩을 한 '리그 선두' 윤정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조 감독님이 2년 선배라 형님이라고 한다. 골프는 내가 게임이 안 된다"고 엄살을 부리다, 조 감독의 퍼팅이 빗나가자 "빠르다니까"라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전날까지 경기가 있었던 만큼, 아무래도 결과에 따라 감독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대구FC를 1대0으로 꺾고, 8경기 만에 승리를 거둔 김기동 FC서울 감독은 "골만 들어가면 된다"고 웃음을 보였다. 그는 팬이 보내준 인형까지 자랑하는 여유를 보였다. 축구인 중 최고의 골프 실력을 자랑하는 그는 "1번 홀이 페널티킥 차는 것 보다 더 긴장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최근 축구계의 이슈도 주제가 됐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홈경기 개최 문제로 춘천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는 "춘천 시장님을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연대 기여금 미납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광주의 이정효 감독은 "딱히 할 말이 없다. 구단이 지불한 걸로 알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용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