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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UEL 결승 무조건 선발!" 英 정론지 1티어 기자의 강력 주장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SON, 전설될 기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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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흥민에게 전설이 될 기회를 줘야 한다.'

영국 텔레그래프 맷 로 기자의 주장이었다. 토트넘은 22일 오전 4시(한국시각)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맨유와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을 치른다. UEL은 유럽챔피언스리그(UCL) 다음 레벨의 유럽클럽대항전이다. 이번 대회 결승전은 시즌의 '라스트 찬스'다. 토트넘은 시즌 내내 부진을 거듭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리그컵, FA컵을 모두 놓쳤다. EPL 출범 후 구단 최다인 21패를 당하며 리그 17위까지 추락했다.

이번 시즌 내내 시즌 종료후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렀다. 따라서 손흥민 입장에서 이번 결승전은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토트넘 역시 2007~2008시즌 리그컵을 들어올린 이후 무려 17년 만에 우승 기회를 잡았다. 유럽대항전 우승은 1983~1984시즌 당시 UEFA컵 우승 이후 41년 만이다.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없는 '월드클래스'다. 2021~2022시즌 아시아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2020년 한해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FIFA(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 4번의 EPL 이달의 선수상, 9번의 베스트 풋볼러 인 아시아상 등을 수상했다. 이밖에 열거하지 못한 상까지 포함하면, 누구보다 빛나는 커리어를 쌓고 있다.

그런 손흥민에게 없는 딱 한가지, 바로 우승 트로피다. 독일 분데스리가, EPL, UCL, FIFA 월드컵 등 세계 최고의 무대를 누볐지만, 단 한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일한 우승 기록이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FIFA 주관 대회가 아니다. 2018~2019시즌 UCL 2020~2021시즌 리그컵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그래서 이번 경기에 임하는 손흥민의 마음가짐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손흥민은 "몇 년 동안 얘기를 해 왔지만, 내가 토트넘에 남아 있었던 이유가 남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내고 싶다는 점이 가장 컸기 때문었다. 퍼즐을 만들려면 모든 피스(조각)가 다 있어야 한다. 모든 피스는 맞췄다고 생각하는데 결국에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한 피스가 부족한 것 같다. 그 피스를 찾아서 10년 동안 헤맸다고 생각을 하고 이번에는 그 퍼즐을 맞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이번 경기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경기를 위해서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엄청 많이 집중하고, 몸 상태도 그에 맞춰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엔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보다 더 간절히 원하시는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정말 꼭 시즌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 한국 팬분들, 또 우리 토트넘 팬분들한테 좋은 선물,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웃음을 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준비는 끝났다. 지난달 11일 프랑크푸르트와의 UEL 8강 1차전에서 부상으로 쓰러졌던 손흥민은 7경기 연속 결장했다. 시즌 아웃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히 몸을 만든 손흥민은 11일 크리스탈팰리스와의 EPL 36라운드에서 후반 13분 교체투입되며 복귀전을 치른데 이어, 17일 애스턴빌라와의 37라운드에서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74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음을 알렸다.

손흥민의 이번 결승전 선발 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제임스 메디슨, 데얀 쿨루셉스키 등이 부상으로 쓰러지며, 창의적인 키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베테랑' 손흥민의 가치는 더욱 커졌다. 득점력은 말할 것도 없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지난 애스턴빌라전 후 "손흥민은 UEL 결승전에 출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선발로 나설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 역시 손흥민의 유로파리그 결승전 선발 출전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선발 출전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지난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기억 때문이다. 당시 부상에 시달렸던 '주포' 해리 케인은 회복 후 곧바로 결승전에 나섰다. 당시에도 준결승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루카스 모우라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당시 감독은 에이스를 뺄 수 없었다. 케인은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고, 결국 토트넘은 리버풀에 0대2로 패했다. '디애슬레틱'은 '손흥민이 발 부상 이후 한 달 넘게 결장했다. 그는 올 시즌 부진했고 공격 속도를 늦추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며 윌손 오도베르의 선발 기용을 주장했다.

하지만 텔레그래프의 생각은 달랐다. 로는 20일 '토트넘은 손흥민 없이 더 낫지만 그를 반드시 결승전에 선발 기용해야 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썼다. 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결승전을 앞두고 큰 결정을 내릴 일이 많지 않지만, 그 중 하나는 손흥민에게 전설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최근 경기력과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히샬리송이 손흥민의 자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맨유와의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클럽의 트로피 수상 전설 목록에 이름을 올릴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손흥민은 10년 동안 토트넘에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EPL 득점왕을 차지했고, 위고 요리스가 떠난 뒤 주장을 맡았다. 하지만 결승전에선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가 있다. 손흥민은 리버풀과 UCL 결승에서 패배를 겪은 마지막 토트넘 선수다. 케인, 에릭 다이어, 키어런 트리피어 같은 선수들이 다른 곳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제 그는 자신의 충성심이 보상받길 바라고 있다'며 '6년 전 케인이 도박할 만한 가치가 있던 것처럼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믿어야 할 슈퍼스타다. 토트넘은 쿨루셉스키가 빠지면서 창의성이 떨어졌만, 손흥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선수다. 그는 토트넘에 부족한 리더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축구 통계 매체 옵타의 기록을 인용, 올 시즌 토트넘은 손흥민이 없을때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했다. 손흥민이 출전한 45경기에서 40%의 승률을 기록한 반면, 빠진 13경기에서는 53.9%로 더 높았다. 반면 히샬리송의 경우, 그가 뛰었을때 승률은 45.5%로 올라가지만, 없는 36경기에서는 41.7%로 떨어졌다. 손흥민은 최근 17경기에서 단 1골에 그쳤지만, 히샬리송은 4골을 넣었다. 모든 기록이 히샬리송으로 향한다.

로는 '손흥민은 메이저 대회 우승에 실패한 선수로 커리어를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손흥민은 나이와 계약 기간을 고려할 때 UEL 결승은 토트넘에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 할 상황일지도 모른다. 포스테코글루는 마음이 이성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고 손흥민에게 충성스러운 토트넘 전설이 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에게 박한 평점을 주기로 유명한 '풋볼런던'의 알라스데어 골드 기자 역시 '어떤 포메이션이든 손흥민은 무조건 선발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애스턴빌라전 후 '손흥민의 퍼포먼스에서 우리가 좋아했던 그 모습이 아주 약간, 곳곳에 보였다. 많지는 않았지만, 상대 수비를 제치는 스프린트나 하프라인부터 시작된 질주 등에서 예전의 손흥민을 떠올릴 수 있었다'며 '이번 시즌 그처럼 속도를 끌어올리는 장면을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이는 발 부상이 꽤 오랜 시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도 이날은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런 모습이라면 당연히 왼쪽 윙으로 기용해야 한다. 아니면 10번 자리도 좋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미 '영혼의 단짝' 케인으로부터 응원을 받았다. 손흥민과 함께 손-캐듀오로 활약하며 EPL 역대 최다 합작골 기록을 세운 케인은 올 시즌 그토록 원했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케인은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손흥민은 "문자를 보냈는데 영상 통화가 오더라. 상당히 기뻐하는 모습에 너무나도 기뻤다. 워낙 친한 친구이고 같이 많은 것을 이뤄낸 동료로서 정말 너무나도 가족 일처럼 기뻤다. 그런 좋은 기운들, 케인 선수가 응원해 주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과연 손흥민이 무관을 깨고 전설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눈과 귀가 22일 빌바오로 모아지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