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훨씬 더 좋은 선수로 성적을 낼 수 있는데, 정말 좋은 선발투수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좌완 영건 윤영철(21)의 반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윤영철은 충암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KIA에 입단한 좌완 유망주. 강속구 유형은 아니지만 빼어난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력을 앞세워 신인 시즌부터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하지만 프로 3년차가 된 올해. 윤영철은 스스로도 매우 낯선 슬럼프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재정비를 위해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3경기에 선발 등판, 3패만 떠안으면서 5⅔이닝, 평균자책점 15.88로 매우 부진했다.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윤영철은 지난달 10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등판했다가 1이닝 6실점 난타를 당하고 조기 강판당한 뒤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 감독은 그래서 윤영철에게 1군에서 더 감당하며 버티라고만 할 수가 없었다.
2주 정도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윤영철은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지난 14일 광주에서 아픈 눈물을 흘리게 했던 상대인 롯데를 다시 만나 4이닝 4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선방했다. 패전을 면하진 못했으나 안 좋을 때 시속 130㎞ 후반대에 머물렀던 직구 구속이 시속 140㎞ 초중반으로 유지되면서 전반적으로 구위가 살아났다.
이 감독은 복귀전을 지켜본 뒤 "볼이 상당히 좋았다. 구위도 그렇고 스피드도 그렇고, (윤)영철이가 어제(14일)처럼 자신감 갖고 던져 주면 확실히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생각보다 구위가 훨씬 좋아서 깜짝 놀랐다. 투수코치가 불펜 피칭 때 공이 좋았다고 해서 기대하고 봤는데 정말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영철은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앞선 경기에서 좋았던 흐름을 이어 가고자 했다. 그러나 kt 타선의 힘을 이겨내기에는 아직은 부족함이 있었다. 1회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실점해 경기를 어렵게 풀어 가기도 했다. 윤영철은 4⅓이닝 68구 3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3실점에 그치며 시즌 5패째를 떠안았다. 복귀 후 2경기 평균자책점은 5.40으로 재정비 전보다는 크게 낮췄지만, 5전 전패 투수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윤영철은 이날 직구(37개)에 커터(13개) 슬라이더(9개) 체인지업(8개) 커브(1개)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kt 타선을 제압하고자 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4㎞까지 나왔다.
윤영철은 1회 1사 후 김민혁을 볼넷, 안현민을 우월 2루타로 내보내면서 2, 3루 위기에 놓였다. 안현민의 타구를 최원준이 담장에 몸을 던지면서 잡아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 타구를 잡지 못한 여파는 컸다. 1사 2, 3루 장성우 타석 때 윤영철은 폭투로 허무하게 선취점을 내줬고, 이후 2사 1, 3루에서는 강백호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2회부터 안정감을 찾은 윤영철은 4회까지 실점 없이 잘 버텼다. 그러다 5회말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번트를 시도한 김민혁을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1사 1루가 됐고, 윤영철은 윤중현에게 공을 넘겼다. 예정했던 투구 수 80개까진 여유가 있었으나 안현민-장성우-로하스-강백호까지 강타자들이 줄줄이 나오기에 빠른 교체를 선택했다. 윤중현은 안현민을 3루수 직선타로 잘 돌려세웠지만, 2사 후 장성우에게 좌월 투런포를 허용했다. 경기는 0-4까지 벌어졌고 윤영철의 실점은 3이 됐다. KIA는 3대5로 패했다.
윤영철은 분명 재정비 전보다 좋아졌지만, 그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이 정도 반등에 만족하긴 이르다.
이 감독은 "훨씬 더 좋은 선수로 성적을 낼 수 있는데, 정말 좋은 선발투수라고 생각한다. 평균 구속 자체가 초반에 안 좋을 때는 136㎞ 정도 나왔을 때, 아무래도 체인지업이나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니까. 타자들이 많이 잘 쳤던 것 같다. 이전 경기 같은 경우는 구속이 145㎞까지 나오니까 아무래도 변화구도 더 빨라 보였을 것이다. 지난 경기처럼만 던져 주면 큰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윤영철은 4일을 쉬고 오는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다시 한번 가치를 증명할 예정이다.
수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