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첫 정상 등극의 환희에 벅찬 눈물을 쏟아낸 손흥민(토트넘). 하지만 그 길은 험난했다.
부상이 먼저 그를 막아섰다. 그는 지난달 1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족부 부상이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경기, 유로파리그 3경기 등 7경기에 결장했다.
그는 한 달만인 11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EPL 36라운드에서 복귀했다. 교체 출전으로 예열을 했다. 17일 애스턴빌라와의 EPL 37라운드에서 9경기 만에 선발 출전하며 유로파리그 결승전 출격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사생활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손흥민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돈을 갈취하거나 미수에 그친 일당은 17일 구속됐다. 20대 여성 양모씨는 지난해 6월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내며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3억여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양씨는 '임신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40대 남성 용씨는 올해 3월 손흥민 측에 접근해 7000만원을 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용씨는 양씨와 교제하며 협박 사실을 뒤늦게 알고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 소속사인 '손앤풋볼리미티드'는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겠다며 선수를 협박해온 일당을 공갈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현재 경찰이 조사 중이므로 수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알려드리겠다'며 '명백한 허위 사실로 공갈 협박을 해온 일당에게 선처 없이 처벌될 수 있도록 강력 법적 대응할 것이며, 손흥민 선수는 이 사건의 명백한 피해자'라며 밝혔다. 그리고 '손흥민 선수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 등 SON축구아카데미 지도자들도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은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받은 데 이어 3∼6개월의 출전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지도자 중에는 손흥민의 친형도 있었다. 손 감독 등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최근 재심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어수선한 상황에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상황이라 손흥민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그는 22일 스페인 빌바오의 산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EPL 라이벌 맨유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끝내 선발에서 제외됐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등장, 추가시간 7분여를 포함해 약 30분을 소화했다. 전반 42분 브레넌 존슨의 골로 리드를 잡은 토트넘은 한 골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손흥민도 공격보다는 수비가 우선이었다. 그는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자신을 내려놓았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토트넘은 1대0으로 신승하며 2007~2008시즌 리그컵 정상 등극 이후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유럽대항전의 경우 1983~1984시즌 유로파리그 전신인 UEFA(유럽축구연맹)컵 우승 이후 41년 만의 환희에 젖었다.
손흥민은 유럽 1군 무대에 데뷔한 후 무려 15시즌 만에 처음으로 우승 축배를 들었다. '캡틴'으로 토트넘의 우승 가뭄도 마침내 끊어냈다. 그는 2015년 8월 토트넘에 둥지를 틀었다. 10년이 흘렀다. 2018~2019시즌에는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 2020~2021시즌에는 리그컵 결승에서 좌절했다. 그 눈물이 2024~2025시즌 마침내 미소로 채색됐다.
태극기를 두른 손흥민은 감격의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라운드로 내려 온 아버지인 손 감독, 어머니와 뜨겁게 포옹하며 환희의 눈물을 쏟아냈다. 10년간 토트넘에서의 헌신을 우승으로 보상 받았다.
손흥민은 경기 후 TNT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놀라운 감정이다. 오늘은 꿈이 이뤄지는 날이다.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다"며 "너무 행복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일 것"이라고 웃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어려운 시기가 많았지만 우리는 늘 함께였다. 큰 압박을 느꼈고, 이 우승을 너무 간절히 원했다. 지난 일주일 내내 매일 밤 꿈을 꿨다. 이제는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안도했다.
고국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손흥민은 "한국은 새벽 4시였다. 그 시간에도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정말 자랑스럽다. 이 트로피를 들고 한국 팬들 앞에 서게 되어 너무 기쁘다"며 "일요일 팬들 앞에서 가장 큰 미소를 지을 것이다. 나는 이 트로피와 함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팬들과 만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라고 감격했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역시 무관의 한을 푼 해리 케인도 언급했다. 그는 "케인이 우승한 것을 정말 기뻐했다"며 "이제 우리 둘 다 우승했어, 해리!"라고 미소지었다. 케인 역시 SNS를 통해 토트넘의 우승을 축하했다.
손흥민은 마지막으로 "난 이제 레전드라고 말하겠다. 왜 안 되나. 오늘만! 17년 동안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다. 오늘 멋진 선수들과 함께라면 아마 클럽의 레전드가 될 거다. 이게 내가 항상 꿈꿔왔던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토트넘은 SNS를 통해 '한국 출신 첫 주장으로 팀을 메이저 유럽 대회 우승을 이끌었다'는 찬사와 함께 '역사를 만드는 레전드'라고 극찬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