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우승하고도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22일(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맨유와의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문제는 시상식에서 발생했다. 이날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장으로서 15㎏에 달하는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며 세리머니를 했다. 하지만 트로피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활짝 웃고 있는 손흥민의 목은 허전했다. 트로피 세리머니 직전 메달 수여식에서 저마다 목에 메달을 건 다른 선수들의 모습과 대비됐다.
이유가 있었다. AP 통신에 따르면 유럽축구연맹(UEFA) 측은 시상식 현장에 단 30개의 메달만 준비했다. 하지만 이보다 많은 인원이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등장했다. 일렬로 서서 차례로 메달을 받던 토트넘 선수단 중 뒤쪽에 있던 손흥민, 로드리고 벤탄쿠르,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 일부 선수와 코치진이 메달을 받지 못했다.
현지 언론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영국 언론 더선은 '우승팀 선수들은 메달을 받지 못했는데, 오히려 심판 8명은 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도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우승 뒤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은 메달이 다 떨어지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UEFA는 선수와 스태프에게 배포되는 메달 20개를 추가로 전달했다고 전했다'고 했다. 영국의 BBC는 '토트넘의 주장인 손흥민을 비롯해 로메로, 벤탄쿠르는 운이 좋지 않았다. UEFA 규정에 따르면 승리팀과 패배팀 모두 50개의 메달을 받는다. 분배는 클럽의 재량이다. 토트넘은 시상식에서 메달 30개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23명 외에도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 일부가 시상식에 참석했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팀 동료들의 메달 세리머니를 기다린 뒤 맨 뒤에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손흥민은 "오늘만큼은 나도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7년 동안 아무도 못 해낸 것을 해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정말 놀라운 기분이다.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 오늘 현실이 됐다. 꿈이 진짜로 이뤄졌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부담감을 크게 느꼈다. 정말 간절히 원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밤 이번 경기를 꿈꿨다. 항상 같은 장면, 같은 꿈이었다. 이제 드디어 현실이 됐고 오늘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어서 기쁘다. 한국시각으로 새벽 4시부터 가족처럼 응원해 주신 게 감사하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