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번에도 탈맨유 효과가 이어질까.
에릭 텐 하흐 전 맨유 감독의 새로운 행선지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레버쿠젠이다. 유럽이적시장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텐 하흐 감독이 레버쿠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진지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알려진대로 레버쿠젠은 사비 알론소 감독과 결별했다. 알론소 감독은 10일 도르트문트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 남은 2경기가 레버쿠젠 감독으로서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떠나야 할 시기는 항상 중요한데,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고 생각했다. 구단과 항상 좋은 소통을 해왔고, 이제 명확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알론소 감독의 차기 행선지는 레알 마드리드다. 스페인 마르카는 '레알 마드리드가 여러 후보를 검토한 끝에 알론소 감독과 3년 계약을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알론소 감독은 지난 시즌 레버쿠젠에 잔류하며, 레알 마드리드가 원할시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론소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생활을 한 바 있다. 알론소 감독은 클럽월드컵부터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 전망이다.
알론소 감독과 헤어지는 레버쿠젠은 일찌감치 새로운 감독 후보를 정했다. 에릭 텐 하흐 전 맨유 감독과 세스크 파브레가스 코모 감독이 후보였다. 그 중에서도 파브레가스에 높은 점수를 줬다.
현역 시절 월드클래스 미드필더였던 파브레가스 감독은 2023년 코모에서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했다. 감독 대행과 수석 코치를 거쳐, 2024년부터 코모의 감독이 된 파브레가스 감독은 승격팀 코모를 일찌감치 잔류시키는 쾌거를 거뒀다. 영리했던 선수 생활처럼 영리한 지도력을 과시했다.
키커는 '파브레가스 감독이 정상급 선수들과의 지도 경험이 부족하지만, 젊은 선수들 육성이라는 클럽의 철학과 잘 맞는다. 큰 형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데다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해 다양한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레버쿠젠의 중심이 된 스페인 코칭스태프들을 그대로 활용하고, 알론소식 축구를 계승할 수 있다는 점도 레버쿠젠에게는 매력적인 대목이었다.
하지만 코모는 강력한 설득으로 파브레가스 감독을 잔류시켰다.
레버쿠젠은 텐 하흐 감독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아약스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아약스를 에레디비지 3회, 네덜란드컵 2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2022년 여름 맨유의 지휘봉을 잡았다.
텐 하흐 감독은 첫 시즌 맨유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3위로 이끌었고 리그컵 우승, FA컵 준우승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급락했다.
맨유는 EPL에서 7위 이하 떨어진 적이 없지만 8위에 그쳤다. 14패도 최다패다. 최다 실점, 마이너스 골득실차도 맨유의 굴욕이었다. 시즌 마지막 무대인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텐 하흐 감독의 거취는 '경질'로 사실상 결론이 내려졌다. 극적인 반전이 있었다.
맨유는 '맨체스터 라이벌' 맨시티를 2대1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텐 하흐 감독은 기사회생했다. 텐 하흐 감독은 결과적으로 두 시즌 연속 우승컵을 선물했다.
그러나 3년 차인 2024~2025시즌은 출발부터 최악이다. 텐 하흐 감독은 EPL 개막 후 9경기에서 단 3승만 거두며 14위(승점 11)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유로파리그에서도 리그 페이즈에서 36개팀 가운데 21위에 추락하면서 지난해 10월 경질됐다.
텐 하흐 감독은 잘나가는 비지니스맨으로 활약했지만, 타팀들의 관심을 받았다. AS로마 등이 구애를 보냈다. 결국 새로운 행선지로 레버쿠젠이 되는 분위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