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TV 시리즈는 시즌2보다 시즌3가 낫죠."
앤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유로파리그 트로피 퍼레이드 연설에서 토트넘 시즌3, 잔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토트넘은 지난 22일 스페인 빌바오의 산마메스에서 열린 맨유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전반 42분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무려 17년 만에 다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 빌바오에서 밤새 파티를 즐긴 후 이날 런던 홈팬들과의 낭만적인 우승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캡틴 손흥민, 토트넘 선수단이 지붕이 열린 오픈탑 버스를 타고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 인근 3km를 돌며 팬들과 트로피의 기쁨을 나누고 우승을 자축했다.
토트넘은 올 시즌 부상자가 속출하고 부진이 이어지며 리그 17위까지 떨어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끊임없이 경질설에 휘말렸다. 그러나 자신이 재임한 모든 구단에서 '2년차 우승' 역사를 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에서도 마침내 우승의 약속을 지켜내며 대반전 '해피엔딩'에 성공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서포터들 앞에 서서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들은 비웃었다.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들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다. 여기 지금 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언빌리버블한 스태프, 영웅들, 청년들 덕분"이라면서 "'레전드' 손흥민과 쿠티 로메로, 제임스 매디슨, 기예르모 비카리오, 그들 모두가 영웅이며, 그들이 여러분을 위해 모든것을 해냈다. 여러분은 이 트로피를 들어올릴 자격이 있고, 이 클럽은 그럴 자격이 있다"며 17년 만의 우승을 자축했다.
그는 이어 가장 하고 싶은 말을 했다. "한 가지 이야기할 것이 있는데 세상의 모든 최고의 TV시리즈는 시즌3가 시즌2보다 낫죠." 이 한마디에 선수단과 팬들이 뜨겁게 환호하며 지지의 뜻을 표했다.
유로파리그 결승전 이전까지 포체테코글루 감독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고 불투명했다.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종경기를 앞두고 토트넘은 37경기, 승점 38점으로 17위에 머물러 있다. 강등팀 사우스햄턴, 입스위치타운, 레스터시티 등 3팀을 빼곤 토트넘이 가장 많은 패배(20패)를 기록했다. 포체테코글루 감독이 17년 만에 토트넘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기사회생한 후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중대한 결정의 순간에 직면했다. BBC등 일련의 매체에 따르면 당초 레비 회장 등 수뇌부는 우승 여부와 관계없이 경질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BBC는 '토트넘이 이미 포스테코글루의 후임 후보군을 고르는 작업을 상당 부분 진행해왔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때, 구단이 처음 결심을 밀고 나간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시간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후임 후보군에는 요한 랑게 기술이사와 인연이 있는 토마스 프랑크를 비롯해 안도니 이라올라 본머스 감독, 마르코 실바 풀럼 감독, 올리버 글라스너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유로파리그 우승에 집중하고자 지난 1월부터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희생했음을 인정했고, 이 결정은 구단 수뇌부로부터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적 시즌이 끝나고 우리 상황을 평가한 1월 말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목표로 삼을 트로피가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당시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해야 한다고 믿던 일과는 상반되는 결정이었지만 전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이후로 우리가 해온 모든 것, 훈련에서 해온 모든 것, 그리고 내가 선택한 팀들은 이 경기가 다가왔을 때 우리가 이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최상의 위치에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준비된 우승이었음을 강조했다. "리그에서 확실히 대가를 치렀고 그에 대한 책임은 제가 져야 하지만, 저는 최종적으로 우승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포체테코글루는 또한 유로파리그 결승전 후 레비 회장과 토트넘 감독으로서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계획된 만남은 없다.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고, 아무도 저에게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꼈거나 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