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순위 경쟁만큼이나 흥미로운 신인왕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선두권이고, 중위권이고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뀐다. 현장은 피가 마르지만, 지켜보는 팬들은 너무 재밌다.
올시즌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있으니 바로 신인왕 경쟁이다.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그래서 어떻게 보면 MVP보다 더 의미를 둘 수도 있는 귀한 상이다.
지난해에는 고졸 '순수 신인' 김택연(두산)이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무난하게 신인왕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마지막까지 경쟁이 이어질 조짐이다.
일단 지난해와 달리 '순수 신인'들은 경쟁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배찬승(삼성)이 엄청난 구위로 필승조에 등극, 초반 치고 나가는 듯 했지만 최근 힘이 살짝 떨어졌다. 정우주(한화)도 불펜에서 괜찮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 정도의 존재감은 아니다.
올해는 '중고 신인'들이 판을 주도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2파전 구도로 압축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LG 트윈스가 선두를 달리는 데 엄청난 공을 세우고 있는 좌완 송승기다. 올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5선발 자리를 꿰찬 송승기는 스타 군단 LG에서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맹활약중이다. 송승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LG의 상승세가 있었을까 할 정도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 했다.
송승기는 25일 SSG 랜더스전에서 6⅔이닝 9삼진 무실점의 환상적인 피칭으로 시즌 5승째를 달성했다. 지난 14일 키움 히어로즈전, 20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이어 개인 3연승. 시즌 초반에는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승수 부족'으로 도드라져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10승 이상 기대되는 성적인 만큼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이 좋다. 평균자책점이 2.83이다. 풀타임 첫 시즌 성적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KT 위즈 '근육맨' 안현민. 팀 타격 부진으로 인해 이강철 감독이 '일단 써보자' 하고 내보내기 시작했는데 '초대박'이 터졌다. 24경기 타율 3할3푼7리 7홈런 24타점으로 단숨에 KT 중심 타자로 급부상했다. 최근 상대의 집중 견제에 조금 주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안타를 생산해내고 있다.
안현민의 강점은 스타성. 일단 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로 엄청난 매력을 뿜어댄다. 근육질의 몸에서 터져나오는 강한 타구는 무서움이 느껴질 정도. 맞았다 하면 비거리가 엄청나다. 파워만 있는 게 아니라, 컨택트 능력과 선구안 그리고 스피드까지 갖췄다.
스토리도 있다. 현역 취사병 출신으로 군에 입대해 야구를 위해 엄청나게 몸을 불렸고, 그 힘으로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이 감독은 "20홈런 이상이면 신인왕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 아니냐"며 제자 챙기기에 나섰다.
과연 2025 시즌 신인왕 타이틀은 두 사람의 경쟁 구도 속에 진행될까. 아니면 생각지 못한 복병이 등장할까.
흥미로운 경쟁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