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오닐 크루즈는 강력한 타구를 날리는 대표적인 타자다. '타구속도의 황제'다.
그가 메이저리그 역사에 또 하나의 신기록을 세웠다. 크루즈는 26일(이하 한국시각) PNC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게임에서 역대 가장 빠른 122.9마일(197.8㎞)의 초고속 스피드로 날아가는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리드오프 중견수로 출전한 크루즈는 0-3으로 뒤진 3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밀워키 우완 선발 로간 헨더슨의 초구 가운데 높은 스트라이크존을 관통하는 92.2마일 직구를 끌어당겨 우측 관중석 뒤로 넘어가는 대형 아치를 그렸다.
발사각 23도, 타구속도 122.9마일로 날아간 타구는 PNC파크 바깥 도로에 낙하해 원바운드된 뒤 오하이오강 지류인 앨러게니강에 들어갔다. 비거리가 432피트로 이 강에 떨어진 홈런은 크루즈 통산 6번째이고, 2001년 개장한 PNC파크 역사상 83번째다.
2008년 스탯캐스트가 타구를 추적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빠른 속도로 날아간 타구다. 종전 최고 스피드 타구 기록도 크루즈가 갖고 있었다. 그는 2022년 8월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3회말 우완 카일 라이트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122.4마일짜리 안타를 터뜨렸다.
그러니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타구 1,2위를 모두 크루즈가 작성했다는 얘기다. 참고로 120마일 이상의 타구 속도를 기록한 타구는 통산 26개가 나왔는데, 그중 16개가 뉴욕 양키스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몫이고, 크루즈는 1,2위, 6위, 14위, 16위, 18위 등 6개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크루즈는 올시즌 타구 속도 상위 10개 중 5개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 현존 최고의 파워히터로 양키스 애런 저지와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꼽히지만, 타구속도에 관해서는 크루즈에 미치지 못한다. 올시즌 평균 타구속도는 크루즈가 97.0마일로 전체 1위, 오타니가 96.1마일로 2위, 저지가 95.4마일로 3위다.
저지는 120마일 이상의 타구를 딱 한 번 날렸다. 2017년 6월 1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1회말에 때린 좌월 홈런의 타구속도가 121.1마일로 개인 최고 스피드다.
오타니는 작년 4월 28일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러제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회초 기쿠치 유세이를 상대로 터뜨린 우전안타의 속도가 119.2마일로 개인 최고 기록이다. 오타니 홈런의 최고 스피드 기록은 작년 7월 28일 미닛메이드파크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 로넬 블랑코의 한복판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펜스를 훌쩍 넘긴 비거리 461피트짜리 솔로홈런의 118.7마일이다.
홈런임을 확신한 크루즈는 타구가 사라질 때까지 타석을 벗어나지 않고 구경을 하다 뒤늦게 베이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기분 좋다. 치기 좋은 공을 노리고 있었는데 정말 잘 맞았다. 스탯캐스트 역사상 가장 빠른 타구라니 놀랍고 기쁘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공을 얼마나 강하게 때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정확히 맞히는데 집중할 뿐이다. 항상 공을 강하고 정확하게 맞히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인플레이가 되도록 때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우투좌타인 크루즈는 2021년 빅리그에 데뷔해 통산 타율 0.248, 51홈런, OPS 0.778을 기록했다. 그는 이날 현재 타율 0.236, 11홈런, 23타점, 30득점, 18도루, OPS 0.853으로 커리어하이를 향해 가고 있다. NL 도루 1위, 홈런 공동 11위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타격을 하나 올시즌 30홈런-50도루를 할 수 있는 페이스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