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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들어, 넌 그런 투수 아니야' 정신없이 얻어맞고 10실점 2군행…왜 타팀 외국인 투수가 응원 메시지를 보냈을까[민창기의 일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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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데뷔해 2022년부터 3년 연속 '12승'을 올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우완 도고 쇼세이(25)는 지난해까지 통산 '55승'을 기록했다. 2022, 2024년 두 차례 센트럴리그 탈삼진 1위를 했다. 2023~2024년 2년 연속 개막전 선발을 맡았다. 신인 드래프트 6순위 지명으로 입단해 요미우리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 잡았다.

올해 연봉 3억엔. 1억8000만엔에서 1억2000만엔이 올렸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스가노 도모유키(36·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후계자라는 걸.

순풍을 타던 야구인생이 난기류에 휩싸였다. 개막전부터 6경기를 던지면서 1승도 못했다. 4패. 거의 매 경기 난타를 당했다. 5회도 못 채우고 교체됐다. 3경기에 등판하고 1군 등록이 말소됐다. 지난 4월 '부상'이 아닌 '부진'으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아베 신노스케 감독은 "세 가지 구종으로 현대야구에서 버티기 어렵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예상 못한 상황을 맞은 도고는 "프로 선수가 된 뒤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라며 돌아봤다.

3주 넘게 재조정하고 복귀했다. 5월 5일 한신 타이거즈전. 6회까지 3실점(2자책)했다.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4경기 만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했다. 5월 13일 히로시마 카프전 5이닝 4실점, 5월 20일 한신전 4이닝 3실점.

25일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도쿄돔 홈경기. 마침내 첫 승을 신고했다. 6이닝 7안타 2실점(1자책) 호투를 했다. 올해 가장 좋았다. 직구 최고 149km를 찍고 삼진 4개를 잡았다.

3-0으로 앞선 3회초. 2사후 야쿠르트 2~4번 중심타선에 3연타를 맞고 2실점했다. 타선이 흔들리는 에이스를 도왔다. 3회말 2점을 추가해 도고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개막 후 두 달 만의 첫 승. 매우 특별한 56번째 승리다. 그는 승리구를 챙겼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오늘 밤은 이 공을 보면서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4월 11일 원정 히로시마전. 악몽같은 경기였다. 그날 3⅓이닝 동안 10안타를 맞고 10실점(9자책)했다. 한 경기 최다 실점을 기록했다. 배팅볼 투수처럼 정신없이 맞았다. 올 것이 왔다. 경기 직후 2군 얘기가 나왔다.

도고가 굴욕을 마주했을 때 투수 2명이 등장한다. 먼저 미국에 있는 선배 스가노가 전화를 했다. 한 시간 동안 통화했다. 선배는 "아무 것도 바꾸지 말고, 새로운 것도 하지 말고, 하던대로 하라"고 강조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나머지 한 명은 예상 외 인물이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트레버 바우어(34)가 인스타그램 DM 메시지를 보냈다. 메이저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괴짜 투수다. 같은 센트럴리그라고 해도 다른 팀 외국인 선수와 접촉할 일이 별로 없다. 깊은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 2년 전인 2023년, 센트럴리그 대표로 올스타전에 함께 나간 인연이 전부다.

도고는 "영어로 '너는 그런 투수가 아니야, 고개를 들어. 넌 확실히 훌륭한 투수야'라는 글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바우어는 "대량실점을 한 후 어두운 표정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 그는 WBC에서 활약했던 투수다. 여러사람이 응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2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온 바우어는 다혈질에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야구 열정이 대단하지만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그는 여러 선수와 DM이나 문자 메시지로 소통한다고 했다. 공개하지 않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전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