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대안이 없다...
KT 위즈가 암초에 부딪혔다. 프로야구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부상이야 늘상 나오지만 이 선수 이탈은 너무 뼈아프다.
KT는 경기가 없던 26일 투수 손동현을 갑자기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이유가 있었다. 부상. 손동현은 검진 결과 우측 어깨 대원근 근육 파열 소견을 받았다. 3주 후 재검진인데, 그 때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1달을 쉬어야 하는 부상이다. 그것도 그 때 부상이 다 완쾌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KT는 너무나 뼈아프다. 최근 3연승, 26승3무24패 4위로 잘 버티고 있다. 하지만 8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는 불과 2경기다. 이 말인 즉슨, 조금만 흔들리면 최하위권까지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상위권 팀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3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는 3.5경기라 아직 사정권이다.
KT는 선발 헤이수스가 내전근 부상으로 2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었다. 강백호, 허경민, 김상수, 문상철 등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이탈하기도 했었다. 물론 주전급 선수들 부상은 언제나 뼈아픈 일이지만 누구로든 대체할 수는 있었다. 허경민의 부상에 황재균이 원래 자기 자리인 3루로 돌아가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건 전화위복이기도 했다.
하지만 손동현은 대체가 안되니 문제다. 물론 김민수, 이상동 등 우완 불펜 자원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손동현이 상대에 주는 위압감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손동현은 마무리 박영현으로 가기 전, 가장 중요한 순간 나오는 핵심 필승조다. 올시즌 29경기 30⅓이닝을 던지며 3승 10홀드 평균자책점 0.89를 기록중이었다. 평균자책점만 봐도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지난 14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23일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6경기 연속 홀드를 기록하며 파죽지세를 보였다.
KT 불펜 중 위기 상황 손동현처럼 구위로 찍어누를 수 있는 대체 자원이 없다. 손동현은 강력한 직구에 올해 포크볼까지 연마하며 더 강력한 모습을 과시했다.
또 하나 문제는 KT의 빈약한 필승조 구성이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를 고루 기용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구위와 컨디션이 좋은 몇 명의 선수로 시즌을 끌고가는 스타일이다. 올해는 박영현에 앞서 확실히 이기는 경기 필승조로 원상현과 손동현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상현이 8회로 올라가고 나머지 투수들이 앞선 이닝을 막아주면 된다고 하지만, 원상현도 아직 신인 2년차로 7회와 8회 던지는게 또 다를 수 있다. 구위가 많이 좋아졌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아직 기복이 있다. 또 원상현이 8회를 막아준다 해도, 앞에 6~7회를 책임질 선수들의 무게감이 이 두 사람보다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과연 손동현의 이탈이 KT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KT가 기도해야 하는 건 황재균처럼 갑자기 '미친 활약'을 보여주는 대체자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황재균은 원래 야구를 잘하는 선수였고, 불펜은 얘기가 또 다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