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FA 계약 얘기 좀 해주세요. 장기 계약으로다가…"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린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5회말 KIA 선수단과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김도영의 적시타로 1-2 추격을 할 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김도영이 2사 상황 스코어링 포지션으로 가기 위해 시도한 도루가 문제였다. 결과는 성공. 하지만 김도영은 오른쪽 허벅지에 이상이 생긴 듯 움켜쥐고 고통을 호소했다. 곧바로 트레이너가 달려나왔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는지 곧바로 교체 사인을 냈다.
다른 선수도 아닌 슈퍼스타 김도영의 부상. 올시즌 개막전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다쳐 한달 넘게 뛰지 못하다,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 불과 한달 전인데 이번에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이 왔다. 경악을 금치 못할 순간이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최형우는 후배의 부상에 마음 아파할 새가 없었다. 이어진 찬스에서 어떻게든 잘 던지던 상대 선발 하영민을 공략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냉철함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최형우는 1B2S에서 하영민의 한가운데 몰린 포크볼 실투를 노려쳐 중월 역전 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엄청난 가치의 홈런이었다. 먼저 이 홈런으로 최형우는 KBO리그 역대 3번째 2500안타 주인공이 됐다. 손아섭(NC) 박용택(은퇴)에 이은 대기록.
시즌 10호 홈런으로 18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친 타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최정(SSG)에 이은 KBO리그 역대 2번째 대기록이다.
최형우는 경기 후 "기록을 위해 야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당연히 기분이 좋다. 이 기록을 세우지 못할 위기가 몇 번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 해온 내 자신에게 뿌듯하다"고 했다. 이어 "홈런보다 2500안타 기록이 소중하다. 내가 꾸준하게 해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형우는 팀 후배들에게 '야구의 신'으로 불린다. 나이 마흔 둘인데, 올시즌 팀 타선을 나 혼자 멱살 잡고 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시즌 그 어느 선수보다 뜨겁다. 타율 3할4푼5리 10홈런 36타점. 장타율 6할2푼6리, 출루율 4할4푼1리다. 타율 리그 전체 1위, 홈런 공동 6위, 타점 5위, 출루율 1위, 장타율 3위. 이대로만 쭉 가면 MVP급 활약이다. 최형우는 타격왕 도전 얘기가 나오자 "이 나이에 무슨 개인 타이틀이냐. 팀이 잘 되는 게 중요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욕심이 나는 기록이 있다. 바로 3000안타 대기록. 최형우는 올시즌을 마치면 2년 22억원 비FA 다년 계약이 종료되고 다시 한번 FA 자격을 얻는다.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지만, 현재 기량과 팀 내 입지 등을 고려하면 최형우를 잡지 않고 대책이 서지 않을 KIA의 현실이다. 올시즌 안타 100개를 더 친다고 가정하면 400개가 남고, 그 400개를 채우려면 3~4년이 더 필요하다. 최형우는 "구단에 FA 계약 얘기 좀 해달라. 장기로 말이다"라는 진심 가득한 농담으로 의욕을 드러냈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