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말 안들은 선수, 제지 못한 감독...누구의 책임일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그리고 같은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 '슈퍼스타' 김도영의 부상에 KIA 타이거즈가 휘청였다.
김도영은 올해 3월 개막전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1도 손상. 비교적 가벼운 부상이라고 했는데, 다친 부위가 잘 낫지 않는 쪽이라 1달이 넘는 시간이 걸려 돌아왔다.
지난 주말 4경기 연속 홈런을 칠 때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의 마음 한 켠에 찝찝함이 남았다. 부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도루를 참던 김도영이, 2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한 경기 2개의 도루를 한 것이다.
이 감독은 키움전을 위해 광주에 돌아와 "본능적으로 뛰려고 하는 건 알겠지만,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뛰지 말라고 얘기했다. 도루 1개 더 하는 것보다,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최대한 덜 뛰게 하고 싶다. 부상이 염려된다. 하지만 본인이 결정할 문제다. 다리 상태를 보고, 정말 괜찮을 때만 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말을 한 날, 김도영은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시 다쳤다. 0-2에서 1-2로 따라가는 적시타를 쳤다. 2사. 다음 타자는 최근 화끈하게 터지는 최형우. 김도영은 자신이 2루에 가면, 최형우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도루는 성공. 하지만 결국 최악의 선택이 됐다. 오른쪽 햄스트링 2도 손상. 1달보다 더 오랜 시간 결장이 예상된다.
KBO리그는 감독의 권한이 세다. 또 팀 내부 규칙, 규율 등도 많다. 때문에 김도영의 부상이 정 걱정됐다면, 김도영에게 '도루 금지령'을 내렸으면 된다.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 어느 팀에서든 볼 수 있는 일이다. 감독은 팀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그 일환이다. 예를 들어 '무리하게 도루를 시도하면 벌금' 이런 내부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아니면 언론을 통해 "부상 방지를 위해 절대 도루는 안된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내는 것도 효과적이다.
선수가 미워서, 연봉 안 오르게 하려고 기록을 쌓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면 선수도 벤치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팀을 위해서다.
그래서 이번 김도영 부상 과정이 뭔가 복잡미묘하다.
이 감독은 지속적으로 김도영의 도루 시도에 대해 걱정을 표시했다. KIA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김도영에게도 계속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도영이 이 감독의 지시를 어기고 뛰다 다친 것일까. 또 그건 아니다. 이 감독은 김도영에게 "부상 위험이 있으니 뛰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적이 없다. 다만 "자신의 몸은 자신이 제일 잘 아니, 상태를 잘 체크하고 꼭 필요할 때만 뛰어달라. 물론 무리하게 뛰지 않는 게 가장 좋다" 정도의 권유의 표현 정도였다. 그러니 김도영이 지시 불이행을 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누구 봐도 부상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심지어 본인도 걱정을 하면서 선수의 넘치는 의욕을 제어하지 못한게 감독으로서의 오판일까. 이 감독은 "김도영이 팀 생각만 한 것 같다. 이겨야 하니까. 간절한 마음으로 뛰다 다쳤으니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선수는 열심히 한 거다. 무조건 하지 말라 할 수는 없다. '레드 라이트' 얘기를 하면 항상 선수에게 신호를 줄 수는 없다. 나든, 주루코치든 뛰고자 하는 선수를 계속 못 뛰게 할 수는 없다. 아마 뛰어서 다칠 걸 알면 못 뛰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정답이 없는 문제인 것 같다"고 이번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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