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지옥 원정'이다. 이라크 원정은 홍명보 축구 A대표팀 감독이 현역 선수로 뛰었던 1990년 2월 이후 무려 35년 만이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마침표만 남은 태극전사들이 전혀 다른 세계와 마주했다.
대한민국은 6일(이하 한국시각) 이라크 바스라에서 이라크와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9차전을 치른다. 홍명보호는 2일 전세기로 11시간을 날아가 3일 바스라에 도착했고, 첫 현지 적응 훈련도 실시했다. 6월의 '열사의 땅'은 차원이 달랐다. 낮 시간대는 섭씨 45도까지 올라갔고, 저녁 시간대도 30도를 훌쩍 넘었다. 온풍까지 불어 열기는 상상 초월이다.
이라크는 1990년 8월 걸프 전쟁 이후 불안한 정세로 A매치가 열리지 않았다가 북중미월드컵 예선을 전후해 바스라에서 홈경기를 개최하고 있다. 안전 문제도 걱정이다. A대표팀을 위한 신형 방탄버스가 등장한 가운데 경호 차량과 경찰 에스코트로 도로통제 협조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우리 선수 누구도 (이런) 경험을 안 해봤다." 홍 감독의 말은 현실이었다.
홍명보호는 이라크전 후 곧바로 귀국,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아시아 3차예선 최종전을 갖는다. 대한민국은 승점 16점(4승4무)으로 B조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요르단이 2위(승점 13·3승4무1패), 이라크가 3위(승점 12·3승3무2패)다. 3차예선에서는 각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추가하면 충분하다. 이라크와 비기면 조기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최대 현안이다. 손흥민은 발 부상으로 한 달간 공백이 있었다. 그는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복귀했고, 프로 데뷔 후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환희를 누렸다. 하지만 현재 100%의 몸상태는 아니다. 다만 손흥민의 출전 의지가 워낙 강하다. 그는 지난달 26일 결장한 브라이턴과의 EPL 시즌 최종전 후에도 "대표팀의 가장 큰 숙제를 앞두고 있어 거기에 몸 상태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발 출전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홍 감독은 두 번의 기회가 남은만큼 손흥민을 최대한 무리시키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그는 "두 경기만 남았고, 월드컵 티켓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어느 경기에 좀더 포커스를 맞춰서 할 건지, 현지에 가게 되면 얘기를 할 생각"이라면 "손흥민의 활용에 대해선 정확하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일단 선수 본인의 의지는 충분히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