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이제는 선수들이 결과를 내야될 때다." 유럽에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만능 풀백' 설영우(27·즈베즈다)의 출사표다. "어떻게든 이 경기를 이겨야 한다. 그래야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낼 수 있다." 한국 축구 측면 수비의 미래로 떠오른 이태석(23·포항)의 각오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고지가 목전이다. 무대가 다시 열린다. 대한민국은 현충일인 6일 오전 3시15분(이하 한국시각) 이라크 바스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9차전을 치른다. 3차예선은 이제 두 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홍명보호는 이라크전에 이어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최종전을 갖는다. 대한민국은 승점 16점(4승4무)으로 B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요르단이 2위(승점 13·3승4무1패), 이라크가 3위(승점 12·3승3무2패)다. 오만은 4위(승점 10·3승1무4패), 5~6위는 팔레스타인(승점 6·1승3무4패)과 쿠웨이트(승점 5·5무3패)다. 3차예선에서는 각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3, 4위는 4차예선으로 향하고, 5, 6위는 탈락한다. 한국은 두 경기에서 1무만 거두면 최소 조 2위를 확보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라크에서 북중미행을 확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3위, 이라크는 59위다. A매치 상대전적에서도 10승12무2패로 우세하다. 하지만 원정은 늘 고행길이다. 6월 중동 원정은 더 힘겹다. 현지 경기 시각이 오후 9시대지만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다. 습도도 높고, 뜨거운 바람까지 분다.
아이러니지만 홍명보호는 3차예선 홈보다 원정 성적이 더 좋다. 홈에선 1승3무에 그친 반면 원정에선 3승1무를 기록했다. 기분 좋은 흐름을 이라크에서도 이어가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이름값을 떠나 최상의 컨디션인 선수를 먼저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첫 현지 적응 훈련도 선수 점검에 초점을 맞췄다. 홍 감독은 출전 시간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분류, 맞춤형 피지컬 훈련으로 몸상태를 끌어올렸다. 공격과 수비 포지션의 옥석가리기도 첫 훈련부터 시작됐다. 각 포지션별로 복수의 선수를 두루 기용, 최적의 조합을 가리는 전술 훈련으로 그라운드가 달아올랐다.
'캡틴' 손흥민(33·토트넘)과 '엔진'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PSG)의 동시 출격 여부도 관심이다. 둘은 막을 내린 2024~2025시즌 유럽 무대를 정복했다. 손흥민은 유로파리그(UEL), 이강인은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정상을 밟았다. 동일 시즌 UEL과 UCL 우승자가 동시에 국가대표팀에서 호흡하는 최초의 풍경이 기대된다. 다만 완급 조절은 필요하다. 발 부상으로 한 달동안 토트넘 전력에서 이탈했던 손흥민은 지난달 11일 복귀했다. 마지막 경기 출전은 지난달 22일 맨유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이었다. 그는 후반 22분 교체 출전해 추가시간까지 약 30분을 소화했다. 이강인은 지난달 11일 몽펠리에와의 리그1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것이 최후의 실전 경험이었다. 그는 리그1 최종전,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컵)와 UCL 결승전에는 결장했다. 둘 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자칫 무리수를 둘 경우 부상에 노출될 수 있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경기 출전 의지는 늘 강하다. 동반 선발 출전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홍 감독은 이라크와 쿠웨이트전 가운데 어느 경기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출지를 고민한 후 묘수를 짜낸다는 계획이다. 한국 축구에 유럽 트로피가 쏟아지면서 분위기는 더없이 훈훈하다. 세르비아에서 '더블(2관왕)'을 달성한 설영우는 "강인이, 흥민이 형이 워낙 큰 대회에서 우승해 내 것이 묻혔다. 아쉽다"며 웃은 후 "한국인으로 자부심이 생긴다. 한국을 빛내 멋있다"고 재차 미소지었다.
이라크는 '약속의 땅'이다. 홍명보 감독은 결전을 하루 앞둔 5일 가진 공식기자회견에서 "내일 경기는 분명히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가지 모든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감독의 입장에서 선수들을 믿는다. 그동안 잘 해왔고, 내일 경기도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꼭 승점을 따갈 수 있도록 오늘 하루 잘 준비하겠다"고 밟혔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황인범(29·페예노르트)은 "월드컵 진출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어서 중요한 경기다. 원정경기고, 이라크라는 좋은 팀을 상대로 해야하는만큼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 팀이 하나로 뭉쳐셔 준비를 잘했다. 경기장에서 잘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은 경기, 좋은 결과를 챙길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