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제야 웃음이 난다. 이기는 감정을 잊어버린 것 같은 시간이었다."
10연패 고리를 끊고 최근 4경기 3승1패. 비로소 송성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연패 탈출의 순간, 방송 인터뷰에서도 "선수들만큼 팬들도 힘드셨을 것 같다"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캡틴'. 그는 "동정을 많이 받았다. 이젠 축하를 받고 싶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키움 히어로즈는 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대6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 롯데 선발 감보아의 7이닝 무실점 호투에 휩쓸리며 당한 완패를 설욕했다.
그 중심에 '플레잉 코치' 이용규의 쓴소리가 있었다. 2004년 데뷔한 이용규는 올해로 22년차 프로 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엔트리와 별개로 1군에 동행한다. 엔트리에 있을 때는 선수로, 없을 때는 코치로 등록된다.
이날 야수들을 소집해 다잡는 이용규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키움은 롯데 에이스 박세웅을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송성문은 올해 29세, 데뷔 11년차 선수다. 다른 팀이라면 중견급이겠지만, 키움에서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최주환 이형종 이지영 등 일부 고참들을 제외하면 단연 고참급이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주장. 지난해 타율 3할4푼 19홈런 10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7의 몬스터 시즌을 보냈지만, 올시즌은 벽에 직면했다. 아직은 자신의 성적을 신경쓰기에도 벅찬 시기다.
이용규를 향한 송성문의 호칭은 코치님과 선배님, 형 중 어느 쪽일까. 송성문은 "아직 선배님이라고 부른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투수들이 잘 던져주고 있는데, 야수들이 점수를 내지 못해 힘든 경기가 많았다. 또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잃고 아쉬운 모습들이 종종 있었다. (이용규)선배님이 그 부분에 대해서 강하게 이야기하셨다."
대수비로 투입됐다가 쐐기포까지 쏘아올린 베테랑 이형종도 송성문과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올해 부산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최준용은)직구가 좋은 투수라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코치진에서 믿어주신 덕분에 출전할 수 있었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있다. 죄송한 마음,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틀 연속 1대0으로 승리한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시리즈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송성문은 "팀이 승리하려면 야수들이 어떻게든 출루하고, 점수를 내서 투수들을 도와줘야한다. 투수들이 고생하는데, 야수들이 보답하는 경기를 펼쳐야한다"고 다짐했다.
'다패왕' 후보가 된 후배를 향한 마음씀도 돋보였다. 이날 키움 선발로 나선 김윤하는 4이닝 3실점으로 역투했다. 팀이 역전승을 따내며 패전을 면했지만, 올시즌 12경기 선발등판에 승리 없이 9패로 2위권(6패)들과 큰 차이로 1위다.
송성문은 "(김)윤하가 작년 올해 힘든 부분이 있을 텐데,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아주는 것만으로도 팀에 큰 도움이 된다. 윤하가 너무 무거운 짐으로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20살인데, 그런 가혹한 생각을 하기보단 팀원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