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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유통가, 내수 활성화 기대…규제에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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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던 유통업계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얼어붙은 내수 경기가 조기에 회복할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강조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투입을 통한 '내수 살리기'와 '코스피 5,000' 달성 등을 약속했다.
유통업계는 이 대통령이 경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소비가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편에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협하거나 불공정거래로 시장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 등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관련 규제 강화 여부에도 주목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불황 장기화에 시달리던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모두 이번 새 정부 출범을 반기고 있다.
올해 2∼4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한 매출은 석 달 연속 감소했고, 편의점 점포 수도 4월에 처음 작년 동기보다 줄고 매출도 역성장했다. 업계는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대선 후보자 토론에서 "내수가 2개 분기째 마이너스 성장이다. 국내 내수 경기가 완전히 다 죽었다는 것"이라며 추경을 통해 서민·내수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침체가 지금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힌 데다 새 정부가 경기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했으니 내수가 조금이나마 살아날 수 있을 거라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에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8로 4월(93.8)보다 8.0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넘은 것은 지난해 10월(101.8) 이후 7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88.2까지 주저앉은 뒤 탄핵 정국 시기 90대 초반에서 횡보를 거듭하다 지난달 급등한 것이다. 전달 대비 상승 폭은 지난 2020년 10월(12.3포인트) 이래 최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인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낙관적,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으로 각각 해석된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의 상승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사태로 잔뜩 얼어붙은 소비자 심리가 이재명 정부 출범 전후로 빠르게 풀리는 모양새"라며 "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을 준비하는 만큼 낙관적 기대 심리는 더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통업계는 다만 온오프라인 규제가 강화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마트 3사는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이 어려워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매달 공휴일 중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하면서도,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구와 청주를 시작으로 서울 서초구, 동대문구, 부산, 의정부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다.
이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공약집에 담지는 않았으나, 오세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인이 작년 9월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지자체장이 반드시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중에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둘째·넷째 일요일을 반드시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발의한 개정안에도 민주당 의원 5명이 참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지난 6일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바로잡고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을 법제화해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라"고 새 정부에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민주당과 법제도 개선 노력을 해왔는데,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법 개정을 통해 한 달에 두 차례의 일요일 휴업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유통산업 온오프라인 매출 비중을 보면 온라인이 50.6%로 오프라인 49.4%보다 높아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갔다"며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쉬는 날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에서 구매하거나 구매 시점을 조정한다. 의무휴업일이 다시 공휴일로 묶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시장 지배력이 있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이른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온플법)도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내외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 및 독과점에 따른 폐해 방지,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 및 상생협력 강화, 소비자 피해 방지 등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22대 국회에는 이미 17건의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대다수는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법안이다. 대체로 사전에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해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오기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 19명이 지난해 6월 발의한 법안에선 시장지배적 플랫폼 기준이 중개서비스에 따른 총매출액이 5천억원 이상, 국내 소비자에 판매한 재화 또는 용역의 총판매대금 3조원 이상으로 돼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네이버나 쿠팡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noanoa@yna.co.kr, luch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