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무패 행진도 어느덧 두 달이 넘었다.
단독 선두 자리에 올라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전북 현대의 얼굴이 마냥 밝지 만은 않다. 선두 수성과 무패 유지도 중요하지만, 여름 이적시장을 앞두고 그동안 제기돼 온 선수단 재편 작업에도 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의 스쿼드 정리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최근 수 년간 보강을 펼쳐왔으나 효율성 면에선 물음표가 붙었던 게 사실. 포옛 감독 체제가 자리를 잡을 때 향후 팀 운영과 구상에 걸맞은 스쿼드 정리 작업을 펼칠 준비를 해왔다. 리그 무패로 선두 자리에 오르면서 어느 정도 전력이 궤도에 오른 현 시점이 해답을 찾을 시간인 셈이다. 전북은 A매치 휴식기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특별 이적기간(6월 1~10일)에 맞춰 올 시즌 자리를 잡지 못했던 안현범(31)을 수원FC로 임대 보내며 첫 발을 떼었다.
외국인 선수 정리 문제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올 시즌 안드레아 콤파뇨와 티아고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임대생 안드리고와 아나스모는 올 시즌 K리그1 출전 기록이 없다. 임대 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가운데 큰 고민 없이 원소속팀 복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4경기 출전이 전부인 보아텡과 3경기에 나선 에르난데스 역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새 둥지를 알아봐야 할 처지다. 다만 에르난데스와 보아텡 모두 계약 기간이 남아 이적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전북이 방출 형태로 내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적잖은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을 붙잡아두고 있자니 전력 보강 작업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행보는 토종 선수들의 교통 정리 문제까지 고려돼야 한다. 지난해 8월 웨스턴시드니(호주)로 임대됐던 장신 수비수 정태욱(28)은 호주 A리그 시즌 일정이 마무리 됐다. 미드필더 이동준(28) 맹성웅(27)은 오는 10월 말 전역해 선수단에 합류하게 된다. 이동준은 K리그1 16경기 2골-1도움으로 꾸준히 출전 중이나 맹성웅 정태욱은 부상 여파로 올 시즌 출전 시간이 적다. 이들이 스쿼드에 복귀하더라도 쉽게 자리를 잡을진 미지수. 이동준은 측면 활용이 가능하지만, 그 자리엔 올 시즌 전북의 '초대박 히트상품' 전진우(26) 뿐만 아니라 송민규(26) 이승우(27) 등 또 다른 경쟁자가 버티고 있다. 맹성웅 역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숨은 센터백 역할까지 맡고 있는 박진섭(30)을 대체하기엔 올 시즌 출전 시간이 워낙 적다. 부상 여파로 긴 시간 공백기를 가진 정태욱도 홍정호(36) 김영빈(34) 연제운(31) 등 기존 센터백들을 밀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포옛 감독이 스쿼드 운영 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스타일. 무패 가도를 달리는 동안 피로 누적과 부상 위험도 증가라는 우려 시선 속에서도 로테이션 없이 정형적인 운영을 보여준 바 있다. 남은 시간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토종 라인업은 현재 구성으로 시즌을 완주할 수도 있다. 결국 유휴 자원은 어떤 형태로든 교통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당장의 성적만큼 중요한 게 방향성이다. 확실한 분석과 계획으로 건전한 생태계를 꾸려야 지속 가능한 강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전북이 잃었던 왕조 시절을 되찾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