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운명의 승부차기, 포르투갈의 5번째 키커 후벵 네베스의 슈팅이 골망으로 빨려든 순간, 중계 카메라는 벤치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를 향했다. 동료들의 승부차기를 차마 바라보지도 못한 채 얼굴을 묻고 있던, 불혹의 슈퍼스타가 그라운드에 엎드려 눈물을 펑펑 쏟았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이 스페인을 꺾고 유럽네이션스리그 정상에 우뚝 섰다. 포르투갈은 9일(한국시각)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유럽네이션스리그 결승전에서 '유로2024 우승국' 스페인과 연장혈투 끝에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5대3으로 승리, 짜릿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스페인의 대회 2연패를 저지하며 2019년 초대 대회 이후 6년 만에 우승 꿈을 이뤘다. 포기를 모르는 투혼이 빛났다. 전반 21분 스페인 마르틴 수비멘디(레알 소시에다드)가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전반 26분 누누 멘데스(파리생제르맹)가 왼발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45분 스페인의 미켈 오야르사발(레알 소시에다드)이 골망을 흔들며 다시 2-1로 앞서갔지만 포르투갈엔 호날두가 있었다. 이날 역대 최다 A매치 221경기 기록과 함께 그라운드에 선 호날두는 후반 16분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른발로 골망을 가른 후 뜨겁게 포효했다. A매치 통산 138호골. 이번 대회 8호골이었다. 호날두가 후반 43분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지만 호날두의 팀은 강하게 버텼다. 연장혈투 끝에 시작된 승부차기, 5명의 키커 모두 골망을 흔들었다. 스페인은 '네 번째 키커' 알바로 모라타(갈라타사라이)가 '포르투갈 수문장' 디오구 코스타에게 막히며 고개를 떨궜다.
호날두는 우승 후 눈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내 의무를 다했다는 것과 많은 기쁨을 뜻하는 눈물"이라고 설명했다. "포르투갈을 위해 우승하는 건 항상 특별하다. 클럽에서 많은 우승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포르투갈을 위해 우승하는 것보다 좋은 건 없다"는 벅찬 소감을 전했다. 호날두는 부상을 안고 출전을 강행한 사실도 털어놨다. "워밍업 중 이미 통증이 느껴졌지만 대표팀을 위해 다리를 부러뜨려야만 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우승 트로피를 위해 경기에 나서야 했고 내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미디어와 팬들은 40세 호날두와 18세 라민 야말(바르셀로나), 신구 슈퍼스타의 대결에 주목했다. 1985년생 호날두가 21년 전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데뷔전을 치렀을 때 '2007년생 스페인 신성' 야말은 태어나지조차 않았다. '22세 차' 세계 최고 공격수의 첫 맞대결, 구관이 명관이었다. 독일과의 준결승(2대1승)에서 역전골을 밀어넣으며 결승행을 이끈 호날두는 스페인전, 단 22번의 터치에 그쳤지만 야말로부터 공을 탈취하는 압박 수비를 보여줬고 단 한번의 찬스에 원샷원킬 동점골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반면 프랑스와의 준결승전(5대4승) 멀티골을 터뜨린 야말은 이날 '포르투갈 풀백' 누누 멘데스에 의해 지워졌고, 야심찬 슈팅은 디오구 코스타의 선방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ITV 해설위원 캐런 카니가 '촌철살인' 한마디를 남겼다. "호날두의 눈빛이 '나 말고 누구 있어?'하는 것처럼 번뜩였다. 축구에선 30세가 되면 다들 나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 남자는 40세인데도 계속 우릴 놀라게 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