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어린 선수들에게 고맙고, 형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은 대한민국 축구가 믿고 기다리는 미래였다.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월반을 거듭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선 한국의 준우승을 견인하며 환호했다. 부침은 있었다. 그는 지난해 막을 내린 카타르아시안컵에서 '하극상 논란'을 야기했다. 손흥민(토트넘) 등과의 불화설이 돌았다. 이강인은 한순간에 '국민 남동생'에서 '국민 하극상'으로 이미지가 추락했다. 그는 "더 좋은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많이 노력할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강인은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강인은 10일 쿠웨이트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최종전에 선발로 나섰다. 책임은 막중했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파격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만큼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 가능성을 평가했다. 2000년대생 선수만 6명에 달할 정도였다. 이강인도 나이로 따지면 어린 축에 속했지만, 경험으론 '으뜸'이었다. 그는 이날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황인범(페예노르트) 다음으로 A매치 경험이 많았다. 축구장 구석구석을 누비던 이강인은 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6분 추가골을 넣었다. 한국의 4대0 승리에 앞장섰다.
이날의 최우수 선수로 뽑힌 이강인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베스트로 뛰었는데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어린 선수들이 뛰기 전에 형들이 해준 말이 도움이 됐다. 형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한 팀이 돼 더 좋은 결과를 내고, 플레이할 수 있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 막판 "많은 분이 감독님과 대한축구협회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협회 소속이고 감독님은 우리의 '보스'다. 너무 비판하면 선수들에게도 타격 있다. 긍정적인 부분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월드컵에서 더 잘 할 수 있다. 많은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강인의 이름 앞엔 한때 '막내형'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팀에서 나이론 막내지만, 실력으론 빼어나 '형'이란 얘기가 나온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이강인은 이제 진짜 팀의 '형'이 됐다. 이번 아시아예선 시리즈에서 막내였던 2003년생 배준호(스토크시티)는 "(이)강인이 형이 (외부에)어떻게 보여지는지 모르겠지만 후배들에게는 큰 영감을 주는 선배다. 굉장히 모범을 보인다. 나도 강인이 형을 따라다니면서 배우는 게 많다. 축구하는 것만 보여줘도 무척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같이 축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에서 어느덧 '현재'가 된 이강인은 1년 뒤 월드컵 본선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는 "잘 준비할 것이고, 월드컵 우승이라는 (큰)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소속 클럽 파리생제르맹에 합류해 이번 주말 미국에서 개막하는 FIFA 클럽 월드컵에 출격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