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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디트' 방불케 한 '캡틴' 손흥민의 투혼→북중미월드컵 '라스트댄스' 선언…'끝' 향해 내달리는 '무결말'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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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캡틴' 손흥민(33·토트넘)은 존재만으로 상암벌을 들썩거렸다. 벤치에 앉은 모습이 낯설었지만 그의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등장할 때는 데시벨이 최고조에 달했다. 사실 그라운드에 나설 몸상태가 아니었다. 부상 투혼은 상암벌을 찾은 4만1911명에게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손흥민은 마지막 힘을 냈다. 마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념하는 '엔딩 크레디트' 같았다.

홍명보호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10일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3차예선 B조 최종전서 4대0으로 대승했다. 2010년 남아공대회 이후 16년 만의 월드컵 예선 무패(11승5무)를 달성했다. 3차예선도 B조 1위(승점 22·6승4무)로 마무리했다.

역사의 중심은 역시 손흥민이다. 그가 A매치에 데뷔한 것은 2010년 12월 30일이다. 무려 15년에 가까운 세월을 태극마크와 동고동락했다. 18세의 소년은 30대 중반이 됐다. 아쉬운 점은 있다. 누구도 세월을 거스를 수 없다. 손흥민도 현역 선수로는 '황혼기'다. 그는 2014년 브라질대회를 필두로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까지 세 번의 월드컵을 경험했다. 2026년 북중미대회는 월드컵으로는 사실상 '라스트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도 만감이 교차했다. 그는 "아시아 예선이라 쉽게 월드컵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일텐데 쉬운 것은 없다. 최종예선을 몇 번 치렀지만 무패는 처음이다"며 "2차예선, 3차예선까지 함께한 모든 선수들에게 공을 들리고 싶다. '지지 않아야겠다,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기에 좋은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을 필두로 배준호(22·스토크시티) 오현규(24·헹크) 이태석(23·포항) 이한범(23·미트윌란) 전진우(26·전북) 등의 젊은피들이 쑥쑥 성장하고 있다. 쿠웨이트전에선 자책골로 정정되긴 했지만 전진우가 첫 포문을 열었고, 이강인이 A매치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2도움), 오현규는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추가 발탁된 배준호는 2도움으로 홍명보 감독의 부름에 화답했다. 손흥민은 "어린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주눅들지 않고 자기만의 플레이를 펼쳤다. 뿌듯하게 지켜봤다"며 미소지었다.

6월 A매치 2연전을 끝으로 시즌의 마침표를 찍었다. 손흥민은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정상에 등극하며 프로 데뷔 후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토트넘 역사에 남을 레전드로 우뚝 섰다. 토트넘에서 454경기에 출전, 173골-101도움을 기록한 그는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트로피를 선물했다.

손흥민은 "축구를 시작하며 쫓던 꿈을 모두 이뤘다. 축구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위너만 항상 기억된다. 올 시즌 쉽지 않은 시즌이었음에도 어릴 때부터 쫓았던 우승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울 수 있는 시즌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행복한 시즌이었고, 늦게나마 팬들과 이런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변화의 기로에 섰다. 사우디아라비아리그 이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손흥민은 "일단은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다. 어떤 말을 하는 것보다 기다려야 한다. 많은 분들처럼 나도 내 미래가 궁금하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 어디에 있던 최선를 다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다"고 말을 아꼈다.

북중미월드컵까지 이제 1년 남았다. 홍명보 감독은 '16강 이상 성적'을 목표로 내걸었다. 손흥민은 "되게 오랫동안 아픈 문제를 휴식기에 잘 해결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올 시즌은 정상 컨디션이 많이 없었는데, 다음 시즌은 더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차예선에서 7골-1도움, 3차예선에서 2골-3도움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A매치 134경기 출전, 골키퍼 이운재(133경기)를 따돌리고 한국 축구 A매치 최다 출전 부문 단독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의 드라마가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