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박정민이 아버지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털어놨다.
지난 11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출판사 대표가 된 배우 박정민이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말맛 아는 배우에서 글맛 아는 출판사 대표가 된 박정민은 현재 독립 출판사 무제를 운영하며 배우로서 1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안식년'을 갖겠다 선언한 것에 대해 이날 "내 입에서 중단, 안식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약간 오보라고 할 수 있다. '1년만 쉬려한다'라고 말했는데 이후 돌연 '은퇴' '안식년' 등의 기사가 났더라. 그날 많이 본 연예 뉴스 1위도 했다"고 웃픈 사연을 털어놨다. 소속사 선배 황정민도 "'쉬지마! 회사는 누가 벌어'라고 하더라"고 흉내내 MC 유재석과 조세호를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안식년 오해가 무색하게 박정민은 배우 활동 시간보다 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그는 "아침 6시에 출근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업체들과 계속 일을 주고받고 현재는 신간 홍보를 위해 인터뷰도 하고 홍보도 하고 있다. 휴일에도 출근을 하고 있다. 이제 막 출판 사업을 시작한 신입이라 쉽게 말할 수 없지만 요즘 출판계 상황이 많이 좋지 않다. 우리 회사 이사님 연봉 주기도 빠듯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녹록하지 않은 출판계에 뛰어든 박정민이지만 그럼에도 책에 대한 열정을 놓을 수 없는 이유를 '아버지'로 꼽았다.
박정민은 "어렸을 때 엄마가 바닥에 있는 물건을 자꾸 치우는걸 봤다. 처음에는 '나중에 해'라며 짜증내기도 했는데 나중에 아버지가 눈이 잘 안 보이는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았다. 어렸을 때는 단순히 아버지 시력이 안 좋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장애가 있었던 것이다"며 "내가 출판사를 차리고 첫 책이 나올 때 아버지가 사고가 났다. 하필 눈을 다쳐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됐다. 60년간 가까스로 조금의 시력으로 세상을 보시던 분이었는데 아예 시력을 잃고 속상해하는 아버지 모습을 보며 나도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편으로는 우리 아버지 눈이 잘 안 보인다는 것에 내 자신을 동정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나는 장애인의 아들이야'라는 아주 못된 동정이 내 자신에 있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이 스스로 너무 수치스럽고 꼴 보기 싫더라. 생각해보면 한 평생 불편하게 살았던 것은 내가 아닌 아버지다. 그때 아버지를 위해 뭔가를 만들어 봐야 겠다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리고 첫 책이 나왔는데 아버지에게 선물로 드릴 수 없어 상심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에게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오디오북을 만들게 됐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박정민은 "1년에 종이책은 약 8만종이 나온다. 우리는 원한다면 그 8만종의 책을 다 볼 수 있는데 시각장애인은 접할 수가 없다. 오디오북이 나오기를 계속 기다려야 하고 그 기다림이 헛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오디오북이 잘됐으면 좋겠는 가장 큰 이유는 그분들이 가장 먼저 즐긴 책이 아무도 관심 없는 책이 아니길 바랐다. 비장애인 독자들도 좋아하는 책을 시각장애인이 먼저 들었다는 뿌듯함이 있어야 이 프로젝트가 이어갈 수 있다. 이 분들이 즐길 거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더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