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주전 포수가 멀쩡히(?) 남아있는데, 왜 외야수가 마스크를 썼을까.
1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회초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수비 포지션 이동이 있었다. 좌익수 권희동이 '포수'로 수비 위치를 변경했다.
놀라운 사건이다. 심지어 9회초 시점에 NC의 엔트리에는 주전 포수 김형준이 미출전 선수로 아직 남아있었다. 그런데도 권희동이 마스크를 쓰고 홈에 앉아 투수 김시훈의 공을 받기 시작했다.
이호준 감독은 이날 선발 포수로 김형준이 아닌, 김정호를 선택했었다. 김정호의 선발 출전은 이날 선발 투수였던 신영우를 위한 결정이었다. 이 감독은 "두사람이 퓨처스에서도 호흡을 맞추고, 서로 잘 알기도 해서 오늘은 형준이 말고 정호가 선발로 나간다"고 이야기 했다.
선발 포수로 출전한 김정호는 수비와 공격을 소화한 후, 8회말 2사 2루 찬스 상황 타석에서 대타 오영수가 나서면서 그대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이어진 9회초 수비. 김형준이 아닌 권희동이 포수로 나선 것이 의외였다. 권희동이 1군 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약 11년 전인 2014년 6월 2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경기 후반인 8회말 포수로 출전한 적이 있고, 이날이 4005일만의 포수 출전이었다.
권희동은 경주고 재학 시절 2학년까지 포수로 뛰었던 나름의 포수 경력자다. 프로에 오고 나서는 주로 외야수로 뛰고 있지만, 이처럼 특수 상황에서는 포수 마스크를 쓸 수 있는 준비된 인재다.
11년만에 마스크를 쓴 권희동은 김시훈이 김규성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면서 실점을 경험했지만, 이후 포구, 리드에도 큰 무리 없이 9회초를 무사히 잘 마쳤다.
이날 권희동이 포수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김형준의 몸 상태 때문이었다. 경기전 훈련을 마친 김형준이 등쪽에 담 증세를 호소했고, 교체 상황에서 김형준을 대신할 깜짝 카드로 권희동이 나섰다.
창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