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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1이닝 던지는거 아니에요? 툭하면 8회에 나온다...피말리는 순위 싸움, 그 불똥이 클로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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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마무리는 원래 1이닝 던지는거 아니에요?

KBO리그의 숨막히는 순위 싸움. 이로 인해 달라진 풍경이 하나 있다. 바로 수시로 벌어지는 마무리 조기 출격이다.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 경기가 열린 14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 한화는 2-1로 앞서던 8회초 위기를 맞았다. 필승조 한승혁이 난조를 보이며 1사 만루 위기에 봉착한 것. 김경문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마무리 김서현에게 아웃 카운트 5개를 맡기겠다는 것.

김서현은 박동원에게 희생 플라이 타점을 내줬다. 블론 세이브. 하지만 세이브 같은 블론 세이브였다. 흐름이 역전 분위기였는데, 동점으로 막은 것 만으로도 성공적인 일이었기 때문. 김서현이 막아줬기에, 한화는 연장 승부 끝 2대2 무승부라도 기록할 수 있었다. 향후 순위 싸움이 계속 치열해지면, 이 무승부 하나가 승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김서현은 9회까지 1⅔이닝을 책임졌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건 2경기 연속 1이닝 이상 투구를 했다는 것. 김서현은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1⅓이닝을 던졌다. 8회 위기 때 마운드에 올랐다는 의미다. 최근 7경기에서 1이닝 이상을 투구한 건 무려 4경기나 된다.

현대 야구에서 전문적인 투수 분업화가 이뤄진 지 오래. 선발이 가장 중요하다지만, 마무리 보직도 엄청 중요하다. 통상 마지막 1이닝을 던진다. 짧지만 강렬하다. '나 때문에 경기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정신적 압박감에, 또 매 투구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으로 던지면 한 경기 완투를 하는 것만큼 힘들다고 한다.

보통은 선발이 5~7이닝을 소화해주면 필승조 불펜들이 남은 이닝들을 1이닝씩 막아주고, 마지막에 마무리가 나간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는 마무리 투수들의 8회 등판이 매우 잦아지고 있다.

김서현 뿐 아니다. 20세이브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영현(KT)의 경우도 최근 7경기 중 3경기가 1⅓이닝 투구였다.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은 ⅔이닝 5실점(1자책점)하며 무려 38개의 공을 던졌다. 17세이브의 정해영도 최근 7경기 중 3경기 1이닝을 넘겼는데, 그 중 두 경기는 무려 2이닝 투구를 했다. 그나마 세이브 상위권에 있는 선수들 중 김원중(롯데), 조병현(SSG) 정도가 1이닝 루틴을 보장받는 선수들이다.

어차피 1이닝 투구를 하는 거 조금 일찍나와 한, 두타자 더 상대하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8회 중간에 들어간다는 건 상대의 찬스, 즉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서 들어가는 것이고 그걸 막아낸 뒤 한숨 돌려할 할 타이밍에 다시 새로운 1이닝을 막기 위해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건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한다.

어쩌다 한 경기는 괜찮지만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알게 모르게 마무리 투수의 체력이 떨어져 장기 레이스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박영현이 위에서 언급한 12일 롯데전 처참하게 무너졌고, 정해영 역시 14일 NC 다이노스전 9회 만루홈런을 맞는 등 이상 신호를 보였다. 압도적이던 김서현도 최근 피안타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12일 두산 베어스전은 안타 3개를 맞으면서도 세이브를 따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KT처럼 손동현의 부상이탈로 8회 믿을 만한 불펜이 없어 마무리를 어쩔 수 없이 당겨쓰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 올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투수 운용에도 여유가 없다. 잡을 수 있는 경기는 무조건 잡고 가야한다는 감독들의 계산에, 마무리 투수들의 투구 이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연, 각 팀 마무리 투수들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올 여름 어떤 활약을 펼칠까. 시즌 마지막까지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팀에 우승을 선물할 선수는 누구일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