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작별 선물'을 준 것일까.
파리생제르맹(PSG) 소속의 이강인이 올해 처음으로 득점포를 터트렸다. 상당히 큰 무대에서였다. 역대 한국인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골을 기록하게 됐다.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어딘가 뒤끝이 개운치 않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PSG가 마치 매각을 앞두고 이강인에게 작별 선물을 몰아준 느낌이다. 스코어 차이가 많이 벌어진 상황에서 페널티킥이 나오자 이강인에게 찬스를 줬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16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패서디나 로즈볼 경기장에서 열린 2025 FIFA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와의 B조 1차전에서 골을 넣었다. PSG는 이번 대회에서 AT마드리드 외에 보타포구(브라질), 시애틀 사운더스(미국)와 함께 B조에 배정됐다. AT마드리드를 제외하면 그다지 까다로운 상대는 없다. 때문에 1차전 결과가 상당히 중요하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첫 판부터 베스트 전력을 투입했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곤살루 하무스-데지레 두에로 공격라인을 구성했다. 그 뒤로 파비안 루이스-비티냐-주앙 네베스가 중원을 구성했다. 포백은 누누 멘데스-윌리엄 파초-마르퀴뇨스-아슈라프 하키미. 골문은 잔루이지 돈나룸마 키퍼가 맡았다.
PSG는 초반부터 경기를 압도했다. 전반 19분 만에 파비안 루이스가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크바라츠헬리아의 패스를 아크 정면에서 루이스가 왼발 강슛으로 골문에 꽂았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에 비티냐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이번에도 크바라츠헬리아의 패스가 시발점이 됐다. 비티냐가 침착하게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후반에도 PSG의 공세는 이어졌다. 이강인은 2-0으로 앞선 후반 25분에 루이스와 교체돼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이강인은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러다 교체멤버 마율루의 추가골까지 터쳐 3-0으로 완전히 승기가 넘어간 경기 막판 페널티킥 상황이 발생했다. AT마드리드 로뱅 르 노르망이 핸드볼 파울을 했다. 후반 추가시간 7분 경이었다. 사실상 끝난 경기상황이었다. PSG가 페널티킥을 얻었다. 누가 차더라도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게 없는 상황.
여기서 이강인이 키커로 나섰다. 침착하게 골을 넣었다. 올해 PSG에서 넣은 첫 골이다. 이강인은 2024~2025시즌 초중반까지만 해도 엔리케 감독의 총애를 받으며 전천후 플레이어로 많이 출전했다.
하지만 1월 이적시장에서 크라바츠헬리아가 7000만유로(약 1050억원)에 PSG로 이적한 뒤에 완전히 자리를 잃었다. 여기에 우스만 뎀벨레까지 주요 전력으로 돌아오자 이강인은 완전히 잉여전력 신세가 됐다. 이로 인해 2025년에는 거의 뛰지 못했다. 유럽 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기간에도 16강 이후부터 결승까지 총 7경기 중에 단 1경기에만 나왔을 뿐이다.
결국 이강인은 동료들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온전한 우승멤버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승전에 아예 뛰지 못한 탓이다. 유러피언 트레블(챔피언스리그, 리그1, FA컵 우승)을 달성했지만 보조역할일 뿐이었다. 비유를 들자면 '1000만 흥행영화의 보조출연자'같은 느낌이다.
때문에 시즌 종료 후 이강인이 PSG를 떠날 것이라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이강인이 떠난다기 보다는 PSG가 매각하려는 상황이다. 엔리케 감독과 PSG 구단은 더 이상 이강인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다. 이강인보다 월등히 뛰어난 역량을 지닌 선수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결국 이강인과 PSG의 동행은 사실상 이번 클럽월드컵이 마지막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엔리케 감독 역시 이강인과 같은 팀에서 경기를 치르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걸 알고 있는 듯 하다. 때문에 마지막 페널티킥 기회를 주면서 작별의 예의를 갖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날 이강인의 플레이에 대해 통계업체 소파 스코어는 평점 7.4의 나쁘지 않은 점수를 줬다. 총 29번 볼 터치를 기록했고, 패스 성공률은 92%(26회 시도, 24회 성공)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