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디펜딩 MVP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에 '강적'이 나타났다. 올시즌 MVP 수상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 컵스 외야수 피트 크로우-암스트롱(PCA)이 공수에 걸쳐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며 슈퍼스타로 등극하고 있다.
PCA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게임에 4번 중견수로 출전, 2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1사구를 올리며 5대3 승리에 힘을 보탰다.
PCA는 4-3으로 앞선 8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밀워키 좌완 롭 자스트리즈니의 초구 85.5마일 몸쪽 높은 커터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 너머 전광판을 때리는 대형 아치로 연결했다. 타구속도가 111.5마일, 비거리가 무려 452피트(138m)였다. PCA 커리어 최장 비거리 홈런이자, 가장 빠른 타구로 나타났다. 또한 올시즌 컵스 타자들이 친 타구 중 가장 멀리 날았다.
현지 중계진은 "스코어보드를 부술듯 한 홈런입니다. PCS쇼가 펼쳐지는군요"라고 전했고, PCA가 베이스를 도는 동안 홈팬들은 "M-V-P!"를 연호했다.
경기 후 PCA는 "그와 같은 응원을 들어본 건 처음이다. 그 분위기를 만끽하려고 했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PCA는 앞서 8회초 수비에서 더욱 빛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브라이스 투랑의 좌중간을 빠질 듯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몸을 앞으로 날려 글러브를 뻗어 건져 올렸다. 현역 최고의 수비 실력을 가진 중견수라는 게 빈말이 아니었다.
PCA는 올스타 1차 팬투표 중간 집계에서 112만6119표를 얻어 NL 외야수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팀 동료 카일 터커(70만4740표)보다 40만표 이상 앞섰다. NL을 통틀면 LA 다저스 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139만8771표)와 1루수 프레디 프리먼(113만6389표)에 이어 3위다.
팬투표 중간 집계 결과에 대해 PCA는 "정말 기분좋은 일이다. NL에 훌륭한 외야수들이 너무 많은데, 최고의 칭찬이 아닐 수 없다"고 기뻐했다.
PCA 성장이 이처럼 가파를 줄 아무도 몰랐다. MLB.com은 이날 PCA의 활약상을 전하는 기사에서 'PCA는 1년 전 이맘 때 컵스 구단으로부터 최고 수준의 기량을 닦을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으며 메이저리거 입지를 닦고 있었다. 그는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 스타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현재 PCA는 72경기에서 타율 0.270(282타수 76안타), 19홈런, 58타점, 52득점, 23도루, OPS 0.857을 마크 중이다. NL에서 타점 공동 3위, 득점 5위, 홈런 5위, 도루 2위이고, bWAR(4.3)과 fWAR(3.9)은 모두 1위다. PCA는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면 42홈런, 51도루를 기록한다. 40-40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는 흐름이다.
게다가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PCA는 포구와 송구 실력을 나타내는 수비 런밸류(Fielding Run Value)에서 12로 전체 야수를 통틀어 1위다. 내외야수를 통틀어 수비 실력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NL MVP가 당연히 오타니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오타니는 이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4타수 4삼진으로 침묵했다. 타율 0.296(287타수 85안타), 25홈런, 43타점, 73득점, 11도루, 출루율 0.393, 장타율 0.634, OPS 1.027의 기록, NL 홈런, 득점, 장타율, OPS 1위다.
그러나 bWAR(3.5)은 3위, fWAR(3.8) 2위로 두 부문서 PCA에 뒤진다. 공수주를 종합한 활약상을 볼 때 PCA가 오타니를 앞선다고 보면 된다. 특히 수비는 오타니가 어찌할 수 없는 분야이니, PCA가 독보적이라 하겠다.
물론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 투표 기자들의 마음은 아직 오타니에 쏠려있다. 더구나 오타니는 지난 17일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선발등판해 1년 10개월 만에 투타 겸업을 재개했다. 마운드에서 예전의 위력을 되찾을 경우 PCA가 오타니를 넘어서기는 사실 어렵다.
2002년 3월 생인 PCA는 2020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9순위로 컵스에 입단해 202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지난해 주전 중견수로 나서며 타율 0.237, 10홈런, 47타점, 46득점, 27도루, OPS 0.670으로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가 오타니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남은 시즌 최대 관전 포인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