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1군 데뷔 후 5경기 출전이 전부인 18살 고졸 신인 투수의 6이닝 2실점 호투가 빛이 바랬다. 전적으로 르윈 디아즈의 대포쇼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1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0회 연장 승부 끝에 6대3 승리를 거뒀다.
5회까지는 두산 선발투수 최민석의 독무대였다. 서울고 졸업 후 2025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6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최민석은 지난 달 21일 선발투수로 1군 무대에 데뷔한 신인. 이날 등판 전까지 3번의 선발과 1번의 구원으로 출전해 1승1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 중이었다.
17일 경기에서 무려 22안타를 때려내며 12점을 뽑았던 삼성 타선이 최민석의 구위 앞에서 차갑게 식었다. 삼성 타자들은 5회까지 단 1안타에 그쳤다. 4사구 4개를 얻어냈지만, 번번히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최민석은 베테랑 포수 양의지와 호흡을 맞추며 신인답지 않은 베짱과 여유를 보여주며 경기를 풀어갔다. 145km 전후의 투심과 130km대의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무기로 삼성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상대했다. 5회까지 최민석의 투구수는 56개에 불과했다.
두산이 3-0으로 앞선 6회말 무실점 피칭을 이어간 최민석이 르윈 디아즈에게 일격을 당했다. 투아웃까지 잡았지만, 구자욱이 2루타를 치고 나간 후 디아즈가 최민석의 2구째 133km 포크볼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의 투런포를 터트렸다. 삼성이 한 점차로 따라 붙은 순간이다.
최민석은 후속타자 강민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선발투수로서의 임무를 마쳤다. 6이닝 동안 75개의 공으로 3피안타 2실점(2자책), 승리 요건도 갖췄다.
하지만, 삼성의 뒷심이 강했다. 7회초 두산이 무사 1, 2루의 추가점 찬스를 허무하게 놓친 반면에 삼성은 8회말 2사 2루에서 구자욱의 1타점 2루타가 터지며 기어이 3-3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결국 연장으로 이어졌다. 10회말 1사 후 김성윤의 2루타에 이어 구자욱이 자동 고의4구로 출루했다. 타석에는 6회 투런포를 친 디아즈가 들어섰다. 김택연의 4구째 133km 슬라이더를 디아즈가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치는 순간 더그아웃의 모든 선수들이 만세를 불렀다. 디아즈도 미소를 지으며 멈춰선 채 다구를 바라봤다. 디아즈가 무려 5타점을 쓸어 담으며 삼성의 6대3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내내 해맑게 웃던 신인 최민석의 승리도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