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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따라 다니더니 결국…" 인종차별 캠페인 축소한 클럽월드컵,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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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인종 차별 금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를 상징하는 문구 중 하나다. 인종, 국가에 관계 없이 축구로 모두가 평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 참가한 32개국 주장들에겐 차별금지를 뜻하는 완장을 달게 했고, 지난달엔 인종차별 관련 징계 규정도 도입했다.

하지만 이번 클럽월드컵에선 이런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FIFA는 이번 대회에서도 차별 금지 관련 구호를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실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 '축구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다'는 문구를 쓰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일각에선 FIFA의 이런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연방정부에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프로그램을 종료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발맞춰 여러 미국 기업들도 관련 프로그램을 종료하거나 축소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행보와도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수시로 접촉해왔다.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클럽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백악관을 찾은 바 있다. 지난달엔 FIFA 총회 기간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했다가 지각 참석해 알렉산데르 체펠린 회장 및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 관계자들이 집단 퇴장하는 일도 빚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인판티노 회장의 입김이 이번 클럽월드컵에서 FIFA 정책 축소로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져볼 만하다.

미국 인권축구연맹(HRSA)은 영국 BBC를 통해 "FIFA가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전달해 온 차별 금지 메시지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에 실망감을 느낀다"며 "축구의 차별 금지와 포용 가치는 여전히 존재하나, 이런 가치는 지속적으로 강조돼야 한다. '축구가 세계를 하나로 묶는다'는 표현은 이를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차별 금지 단체인 킥잇아웃 역시 "FIFA가 클럽월드컵에서 보여준 움직임에 우려스럽다"는 뜻을 나타냈다. FIFA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