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김헤성이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각) MLB.com의 '2025년 제2차 올해의 신인(Rookie of the Year) 모의투표'에서 NL 2위에 오르며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기자와 해설위원 등 전문가 35명이 투표에 참가했는데, 김혜성은 3명으로부터 1위표를 얻었다. 1위표 24개를 받아 압도적인 1위에 오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포수 드레이크 볼드윈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신인왕 경쟁에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다는 게 객관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그렇다면 김혜성이 '올해의 신인'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의심의 여지도 없이 출전 기회다. 그러나 김혜성은 다저스에서 주전 멤버가 아니다. 구단은 '슈퍼 유틸리티'라는 그럴 듯한 표현으로 김혜성을 자랑하지만, 사실 백업 요원이나 다름없다.
김혜성은 1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모처럼 선발로 출전했다.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4일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날 샌디에이고전까지 3경기 연속 결장했던 터다. 최근 팀이 치른 14경기 가운데 7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에 대해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말하지만, 상대가 오른손 선발투수를 내도 빠지는 경우도 잦아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김혜성을 신인왕 2순위 후보로 지목한 것이다.
MLB.com은 '김혜성은 지난달 4일 데뷔 후 다저스에서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30경기를 뛰었지만, 선발로 출전해 경기 끝까지 소화한 것은 12게임 뿐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그를 주로 2루수, 중견수로 쓰고 있는데, 유격수로도 간혹 나선다'며 "그는 73타석 중 4타석을 제외한 69타석에서 우완투수를 상대했다. 김혜성을 독특한 방식으로 쓰다 보니 그 효과는 있다. 5월 4일 이후 타율 부문서 김혜성은 0.382로 70타석 이상 들어선 루키들 가운데 애슬레틱스 제이콥 윌슨(0.396)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뿐만 아니라 김혜성은 베이스러닝에서도 가치를 드러내고 있는데, 6번의 도루 시도를 모두 성공했다'며 강점을 부각했다.
로버츠 감독의 플래툰 방식 때문에 김혜성이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컬한 분석이다. 다시 말해 주전으로 뛰었다면 그 정도의 타율과 활약상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라는 뉘앙스다.
그러나 백업 선수가 신인왕을 차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주전으로 뛰거나 플래툰도 이따금 적용받아야 한다. 아프지도 않은데 3경기 연속 결장은 신인왕을 노리는 선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947년 시작된 역대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백업 또는 철저하게 플래툰 방식으로 뛴 선수가 1위를 차지한 예는 없다. 시즌 개막 후 2개월 이상이 지난 뒤 데뷔한 케이스는 있어도 백업 역할만 맡은 선수 중에는 없었다는 얘기다. 전자의 경우로 2013년 탬파베이 레이스 윌 마이어스와 2019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요단 알바레스는 6월에 데뷔하고도 폭발적인 타격을 과시하며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다.
김혜성이 주전에 가까운 기회를 얻으려면 결국 2루수 토미 에드먼과 중견수 앤디 파헤스의 출전 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면 1할대 타율에서 허덕이는 좌익수 마이클 콘포토를 백업으로 내려야 한다. 하지만 스위치 타자인 에드먼은 로버츠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는 고연봉자이고, 파헤스는 연일 대포를 터뜨리는 홈런 타자로 성장했다. 콘포토는 올해 연봉이 1700만달러다.
김혜성은 사실 플래툰으로 써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좌타자임에도 좌투수를 상대로 4타수 3안타를 쳤다. 3안타 중 홈런과 2루타가 1개씩으로 장타력이 돋보였다. 우투수를 상대로는 타율 0.359를 마크했다. 신인왕을 노리기엔 팀을 잘못 만났다고 봐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