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못치면 다음날 2,3개 치면 된다."
한시름 놓았다. 지난 5월 13일 키움전서 '출루왕' 홍창기가 무릎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이 되면서 LG 트윈스의 공격 첨병 자리를 누가 맡게 될지 걱정이 많았다.
톱타자는 홍창기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홍창기는 안타도 때리지만 특유의 선구안으로 볼넷도 많이 골라내 출루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어서 자칫 1번 타자로 온 선수들이 자기 스타일을 버리고 홍창기처럼 공을 많이 보려고 하다가 자신만의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는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홍창기는 1번 타자로 출루를 해서 득점 기회를 만들기도 하지만 발빠른 하위 타선이 만든 찬스를 해결하는 능력까지 갖춰 LG 공격력의 핵심 인물이었다.
홍창기 부상 이후 LG 염경엽 감독은 박해민과 문성주에게 그 역할을 맡겼는데 좋은 타격을 하다가도 1번에만 오면 타격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1번 타자라는 '보이지 않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지난 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부터 신민재가 1번을 맡았다.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다녀온 이후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 염 감독이 맡긴 것.
지금까지 대성공이다. 매경기 안타를 치고 출루해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신민재는 18일 잠실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서 3안타 2볼넷으로 무려 5번의 출루를 하며 3득점을 하며 팀의 9대8 재역전승을 이끌었다.
1회말 볼넷으로 출루해 문보경의 희생플라이로 선취 득점을 한 신민재는 2회말엔 2사 3ㄹ루서
중전안타로 1타점을 올렸고, 이후 문보경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또 1득점을 추가했다. 4회말엔 1사후 볼넷으로 나가 문보경의 2루수앞 땅볼 때 득점에 성공. 5-6으로 쫓아간 5회말 무사 만루서 깨끗한 2타점 역전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7회말엔 무사 1루서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찬스를 이었던 신민재는 9회말엔 1사 1루서 깨끗한 우전안타로 1,3루의 찬스를 만들어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6타석 3타수 3안타 2볼넷 3타점 3득점. 테이블세터로도, 해결사로도 만점 활약이었다.
이날 안타로 지난 5월 29일 잠실 한화전 이후 1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이 기간 동안 타율 4할1푼8리(67타수 28안타)의 좋은 성적을 유지 중.
1번 타자로 올라온 이후로도 좋다. 11경기에서 타율4할(45타수 18안타) 6타점 10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 0.444, 출루율 0.451로 OPS가 0.895에 이른다.
신민재는 먼저 "이겨서 다행이다. 이렇게 오래 하고 분위기가 왔다갔다 할 땐 이겨야 한다. 지면 너무 아깝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최근 17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며 좋은 타격을 하고 있는 이유는 직구에 대한 대처를 잘하고 있기 때문. 신민재는 "직구를 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타이밍이 괜찮은지 직구가 아니더라도 변화구도 걸린다. 포인트 앞쪽에 맞으니까 좋은 타구들이 나오고 있다"라고 했다.
17경기 연속 안타 행진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는 눈치. "작년인가 재작년에 10경기 좀 넘게 친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신민재는 "팀이 이기는 것에 신경을 쓴다. 안타는 못쳐도 된다. 다음날 2,3개 치면 된다. 출루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타석에 많이 들어가니까 직구를 공격적으로 치려고 한다"라고 했다.
5회말 역전타는 전날 삼진을 당했던 NC 왼손 투수 임정호에 대한 연구의 결과. 신민재는 "사실 임정호 선수의 공을 왼손 타자가 치기 힘들다. 임정호 선수의 슬라이더가 2스트라이크 이후에 오는 것과 카운트 잡으러 오는게 다르다"면서 "2볼 상황에서 슬라이더가 머리 근처에서 오는 것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을 봤고, 똑같은 공이 와서 휘기 전에 쳤는데 잘 맞은 것 같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번 타자로서도 잘 치고 있는 것에 대해 신민재는 "1번 타자에 익숙해졌다기 보다는 타순에 신경안쓰고 투수와 승부하는 것에만 신경쓰고 타격 감이 좋은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막치기 보다는 출루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자신만의 1번 타자 생존법을 밝혔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