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미국)=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경우의 수'는 피말린다. 첫 패의 아픔이 잔인하다. 울산 HD는 2차전에서 패할 경우 남은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다.
'단두대 매치'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하필 상대가 우승 후보로 꼽히는 톱시드인 브라질의 플루미넨시다. 울산은 22일 오전 7시(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저지주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플루미넨시와 2025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을 치른다.
플루미넨시는 1차전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 득점없이 비겨 승점 1점(1무)씩을 나눠가졌다. 울산을 1대0으로 꺾은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가 승점 3점(1승)을 챙겼다. 반면 울산의 승점은 0점(1패)이다. 도르트문트와 마멜로디는 이날 오전 1시 신시내티 TQL 스타디움에서 먼저 무대에 오른다.
울산은 16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가긴 위해서는 최소 비겨야 한다. 그러나 플루미넨시는 남미를 대표하는 클럽이다. 2023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서 아르헨티나의 명문 보카 주니어스를 2대1로 물리치고 남미 정상에 올랐다. 구단 역사상 첫 메이저 대륙 대회를 제패하는 동시에 클럽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진용도 화려하다. 센터백 티아고 실바는 AC밀란, 파리생제르맹, 첼시에서 활약한 후 지난해 여름 친정팀인 플루미넨시로 돌아갔다. 1984년생으로 41세지만 나이를 잊었다. 도르트문트전에서도 2024~202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득점왕(13골)인 세루 기라시를 꽁꽁 묶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중원에는 베테랑 미드필더 간수가 버티고 있다. 공격수인 헤르만 카노와 측면의 존 아리아스도 '거친 화력'을 자랑한다.
눈을 돌릴 곳이 없는 울산은 객관적인 전력 차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멜로디전 후 베이스캠프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으로 복귀한 울산은 플루미넨시전 준비에 한창이다.
마멜로디전에 출전한 선수들도 20일 그라운드 훈련에 참여했다. 플루미넨시전 맞춤형 포지션별 전술 훈련으로 전력을 재정비했다. 그러나 왼쪽 허벅지를 다친 서명관은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회복 세션과 함께 안정을 취했다. 그는 플루미넨시 출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김판곤 감독은 "더 완벽한 준비를 해서 원하는 목표를 반드시 쟁취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수문장 조현우는 "세계에서도 통하는 축구를 보이도록, K리그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준비 하겠다"고 했다. 서명관은 출전이 불투명하지만 "우리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우리가 힘을 모아 한 발씩 더 뛰면서 단점을 보완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울산의 최전방을 책임지는 에릭은 브라질 1부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리그컵을 포함해 플루미넨시와 4~5경기를 했다. 모두 아시다시피 개인 기량이 워낙 좋아 쉽지 않을 경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도 퀄리티 있는 선수들이 있다. 집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한국 축구의 수준과 울산의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의 핵'인 오른쪽 윙백 엄원상도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 우리가 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핑계를 대지 않고 최대한 열심히 임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K리그1 득점왕 출신으로 2020년 울산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주니오는 '팁'을 전달했다. 브라질 출신인 그는 중국 생활을 정리한 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정착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주니오는 마멜로디전에서 경기장을 찾아 옛 동료들을 응원했다. 그는 "브라질 선수들은 정말 기술이 좋지만, 압박 강도가 약하다. 그 점을 잘 공략해야 한다"며 "강력한 압박과 활동량 등 한국 팀이 가진 강점을 안다. 그런 점을 살리면 플루미넨시를 이길 가능성도 있다"고 희망을 선물했다.
울산은 21일 FIFA 전세기를 통해 샬럿에서 뉴저지로 이동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는 없다. 16강 진출을 향한 꿈도 생존해 있다. 뉴저지(미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