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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현장]'이진현→엄원상, 대반전' 브라질도 화들짝 놀란 역전의 'K리그 파워', 울산 '16강 좌절'에도 희망이 더 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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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미국)=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브라질 축구의 벽은 늘 높았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에서 맞닥뜨렸다. 당시 대한민국은 1대4로 완패, 씁쓸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그 해 6월 친선경기에선 1대5로 대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선수 개인 기량 차이다. 단순히 조직력으로 대처할 수 없는 팀이 브라질이다.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그들 앞에선 모래성처럼 허망하게 무너졌다. 그래서 우려가 컸다. 울산 HD는 1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인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에 0대1로 패했다. 남미를 제패한 브라질의 강호 플루미넨시는 1차전에서 도르트문트(독일)와 득점없이 비겨 갈 길이 바쁘긴 마찬가지였다.

전력차는 부인할 수 없다. 현지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플루미넨시의 낙승을 예상했다. 화답하 듯 파상공세 끝에 플루미넨시는 전반 27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존 아리아스가 그림같은 오른발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울산에는 참패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 했다. 하지만 K리그는 또 달랐다.

제대로 저력을 발휘했다. 전반 37분 이진현의 동점골(1-1)에 이어 전반 추가시간인 48분 엄원상이 역전골(2-1)을 터트리며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었다. 후반 초반에도 울산 흐름이 계속됐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희망이 넘실거렸다. 그러나 마지막을 버티지 못했다.

엄원상이 결정적인 1대1 기회를 놓친 후 후반 21분 플루미넨시의 동점골(2-2)이 터졌다. 엄원상이 상대 골키퍼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왼쪽 어깨를 다쳤다. 최대 활동량을 자랑하는 '중원의 핵'인 고승범이 근육 경련으로 고통스러워했다. 플루미넨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38분 재역전골(2-3)에 이어 추가시간인 47분 쐐기골(2-4)을 작렬시켰다. 마침표였다.

울산은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저지주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루미넨시와의 2025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F조 2차전서 2대4로 패했다. 2전 전패의 울산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플루미넨시는 이날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를 4대3으로 꺾은 도르트문트(독일)와 나란히 승점 4점(1승1무)을 기록했다. 32개 클럽 참가로 확대 개편된 클럽 월드컵은 조별리그에서 각조 1, 2위가 16강에 진출한다.

김판곤 울산 감독은 "2-1로 리드하며 수비가 안정적이었다. 역습도 계속 먹히고 있었다. 솔직히 '오늘 이길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많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진현과 엄원상은 서로의 골까지 어시스트하며 나란히 1골-1도움을 기록했다. 엄원상은 맹활약에도 후반 찬스를 놓친 것에 자책했다. 그는 "모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가장 크다. 내가 더 골을 넣었다면 아마 경기 양상이 또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어려웠던 경기를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었을 텐데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떨궜다. 이진현도 아쉬움을 토로하긴 마찬가지다.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는 "오늘 10개 정도는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점을 너무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나 반전의 신호탄은 쏘아올렸다. 눈으로 확인된 'K리그의 힘'이었다. 플루미넨시 선제골의 주인공인 아리아스는 "울산이 동기부여가 돼 있었고, 열정도 넘쳤다. 이기고 싶어한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울산은 26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TQL 스타디움에서 도르트문트(독일)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갖는다. '캡틴' 김영권은 "이 경기의 내용이나 결과에 따라 다음 여정이 달라진다"며 '유종의 미'를 약속했다.

울산은 16강 좌절에도 희망이 더 높게 자리잡았다. 뉴저지(미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