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한진원 감독은 '거장'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의 각본을 함께 진했던 작가라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인물. '러닝 메이트'의 극본과 연출을 맡으면서 감독으로서 데뷔를 이뤘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러닝 메이트'(한진원 홍지수 오도건 극본, 한진원 연출)는 불의의 사건으로 전교생의 놀림감이 된 노세훈(윤현수)이 학생회장 선거의 부회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온갖 권모술수를 헤치고 당선을 향해 달려가는 하이틴 명랑 정치 드라마. 19일 티빙을 통해 공개된 이후 청소년의 정치 성장기라는 평을 받는 중이다. 한 감독은 "반응을 안 보려고 하고 있다.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두렵더라. '뉴토피아'나 '기생충'은 감독님이 따로 계시고, 전체의 큰 기림에서 작은 조각만큼의 일조한 것이기에 제가 주도적으로 했던 창작 작업이 검증대에 오르는 것이 떨렸다. 그래서 인터넷을 아예 끊을 수는 없고, 포털 사이트 앱은 싹 지웠다"고 했다.
한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의 '기생충' 작업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인물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스태프로 시작해 '기생충'의 공동 각본가로 이름을 올리면서 수많은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한 감독은 "봉준호 감독님은 당연히 좋은 말씀을 하시는 분이라 잘 보셨다고 해주셨다. 다른 것보다도 앙상블 작업을 하는데 고생을 했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러닝 메이트'는 한 감독이 10년 전 기획했던 작품으로,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대본이다. 초반에는 극본 작업에만 참여했지만, 점차 연출에 대한 욕심이 났다고. 한 감독은 "처음에는 연출을 하기로 계약한 것은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까 욕심이 생겨서 대표님께 제가 연출을 하고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납품용 시나리오라기보다는 이건 연출자적 형식이 들어간 시나리오였다. 카메라 워킹에 대해 표시를 해두기도 했다. 그래서 애정이 생겼고, 십여 년 전에 썼던 글이 개발이 되니 (연출에 대한) 욕심이 나더라"고 했다.
'러닝 메이트'는 현대 사회의 정치를 반영했다는 평에 더해 학생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현실을 잘 반영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내레이션에서 '학교는 현실사회의 축소판이다'하는 대사가 있는데, 사실 두 사람 이상만 모여도 권력이 발생하지 않나. 조금 더 목소리 큰 사람이 있고 따르는 사람이 있는데, 힘과 권력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학교를 배경으로 해보고 싶었다"면서 "제가 살면서 보아왔던 한국의 모습을 반영했다. 그래서 조사를 하면서 유튜브에서 그려지는 요즘 학생회 선거 분위기를 알아보기도 했다. 어떤 학교는 형식적으로 투표만 하는 곳도 있는데, 어떤 곳은 열띤 경쟁을 펼치는 곳도 있더라. 저희는 열정적으로 선거를 하는 곳들을 가져왔다. 어떤 친구들은 선거운동을 '무브먼트(Movement)'가 아니라 '스포츠(Sports)처럼 하더라. 저희도 선거 운동을 그릴 때 스포츠 드라마 같은 모습을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부 등에서 나오는 스피치의 교환은 '퍼펙트 게임'이라는 영화의 로커룸 대화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란색과 빨간색의 극명한 색대비를 사용한 것을 두고 일부 네티즌은 "현실 정치판을 풍자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내놓기도 했다. 정치적 견해가 드라마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한 감독은 "빨강과 파랑은 유세 장면을 찍으면서 차전놀이 같은 우리 전통 놀이를 연상한 것이다. 전통놀이를 보시면 모든 색 대비가 빨강과 파랑으로 이뤄져 있다. 솔직히 생각하면 보라색과 초록색을 대립으로 하면 이상하잖나. 빨강과 파랑은 대표적으로 쓰이는 색이고, 시각적으로도 보색과 같다. 그런 점들이 감수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사람은 자기가 바라보는 만큼만 보인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코드에 대해서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그렇게 보는 게 당연하다. 제가 어떤 목적을 두고 반영을 했다기 보다는 '이런 건 이렇게 해야 하지 않나'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의 칭찬을 받고 성장하는 중인 한 감독은 봉 감독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작품활동에 임할 예정이다. 한 감독은 "봉 감독님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 제가 본 감독님은 제가 본 사람 중에, 모든 사람을 통틀어서 가장 성실한 사람이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집중도나 애정이 더 대단한 사람이다. 제가 배우려던 것이 (감독님의) 모든 것이었는데, 작품에 대한 성실함과 사람에 대한 성실함이 그것이다. 촬영에 임하는 모든 배우, 스태프의 이름을 다 외우신다. '아 이런 감독님이었구나' 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또 "저는 이제 두 번째 작품이 있는 연출자, 다음 작품에 호기심이 생기는 연출자가 되고 싶다. 가급적이면 저의 오리지널 작품을 해보고 싶고, 또 저에게 잘 어울리는 작품이 제안이 온다면 긍정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전업 작가로 살고 싶지는 않다. 글만 써서 사이드에 있는 것보다는 저의 연출을 하고 저의 브랜드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예 경험이 다르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