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레알 오비에도의 '승격 영웅' 산티 카소를라(41·레알 오비에도)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축구팬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과거 아스널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카소를라는 대략 8년 전인 2016년 심각한 부상으로 은퇴 기로에 놓였다.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 부위에만 여덟 번 수술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뼈가 8cm가량 손상을 입었다. 의료진은 오른발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카소를라는 한 의사로부터 '축구는 그만 잊어라. 아들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나. 그 이상은 바라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계속된 부상 재발로 2년 넘게 결장한 카소를라는 모든 역경을 딛고 2018~2019시즌 비야레알로 복귀했다. '황혼기'를 보내기 위해서 왔다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듯, 맹활약을 펼쳤다. 34세 나이로 다시 스페인 대표팀에도 뽑혔다.
카소를라는 2023년 스페인 2부리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오비에도로 깜짝 이적했다. 커리어의 마지막 숙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오비에도에서 태어난 카소를라는 지역 클럽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이 꼬마는 오비에도에서 라리가, 스페인 국가대표를 꿈꾸며 성장했다.
하지만 재정난을 겪은 오비에도는 팀에서 가장 재능있는 선수를 팔아야만 했다. 등 떠밀듯 고향을 떠나 비야레알로 향한 카소를라는 말라가, 아스널를 거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마법 같은 터치와 아름다운 패스, 빼어난 양발 능력으로 스페인 축구계에 한 획을 그었다. 2008년과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 우승에 일조했다. A매치 81경기를 뛰어 15골을 넣었다. 아스널에선 두 차례 FA컵 우승에 기여했다.
2020~2023년 카타르 알 사드에서 뛴 카소를라는 20년 동안 가슴에 품은 꿈을 이루기 위해 2023년 오비에도로 향했다. 연봉은 스페인 축구 최저연봉에 해당하는 9만3000유로(약 1억4700만원)였고, 심지어 유니폼 수익의 10%를 유소년 팀에 기부하기로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정팀을 되살리기 위해서 오비에도로 돌아온 것이다. 오비에도는 2001년 강등된 이후 24년째 라리가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혹을 앞둔 카소를라는 20대의 열정과 베테랑의 연륜으로 2024~2025시즌 팀을 세군다 디비시온(2부)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오비에도는 미란데스와의 플레이오프 결승 1차전에서 0대1로 패했지만, 2차전에서 극적인 역전골을 넣었다. 카소를라는 2차전에서 침착한 페널티킥으로 결정적인 골을 넣었다. 오비에도는 합산 스코어 3대1로 승리하며 승격의 감격을 누렸다. 오비에도 팬은 경기장 잔디 위로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카소를라도 팬, 동료들과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아내와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카소를라는 희망을 잃은 모든 선수에게 '꿈은 이뤄진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국가대표팀에서 우승하고, 큰 경기장에서 뛰었지만, 오비에도와 함께한 이 순간만큼 소중한 건 없다. 이것은 바로 내 꿈이었다"라고 말했다.
카소를라는 곧 축구화를 벗겠지만, 카소를라의 이름은 오비에도 경기장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