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4게임 연속 무안타 침묵을 깬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각)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전.
현지 중계를 맡은 'NBC스포츠 베이에이리어(Bay Area)'는 6회말 이정후 타석에서 특별한 기록 하나를 소개했다.
중계 화면에 '이정후는 지난 288타수 연속 병살타를 치지 않았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최장 기록(Jung Hoo Lee has not grounded into a double play in last 288 at-bats. Longest active streak in MLB)'라는 자막을 띄웠다.
이정후가 올시즌 개막 후 병살타 없이 최다 타수를 소화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6회 타석에 이런 자막을 넣었으니 앞선 2회 중견수 플라이, 4회 1루수 내야안타까지 포함해 288타수 연속 병살타를 치지 않았다는 기록을 알린 것이다.
스탯캐스트의 개발로 세부 기록 항목이 풍부하게 쏟아지고 있는 21세기 메이저리그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깊은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정후는 이날 4타석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해 올시즌 76경기 동안 321타석, 289타수에서 병살타를 한 개도 치지 않았다. 병살타는 주자가 있을 때 땅볼을 쳐 아웃카운트 2개를 당하는 타격을 말한다. 반드시 땅볼 타구어야 한다.
'직선타에 의한 병살타(lined into double play)'는 포함되지 않는다. 타자가 직선타를 쳐 기존 주자가 귀루하지 못해 아웃되는 경우, 땅볼 병살타와 달리 귀루하지 못해 아웃된 것은 타자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지난 12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7회 투수 직선타로 아웃된 적이 있는데, 당시 1루주자 다니엘 존슨이 귀루하지 못해 더블 아웃이 됐지만 이는 병살타가 아니다.
병살타는 전적으로 타자의 잘못이다. 즉 자신의 타격 때문에 아웃카운트가 한꺼번에 2개 이상이 소멸된다면 팀에 엄청난 폐해이고, 자신에게는 수모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무(無)병살타' 타석 또는 타수 행진은 값진 기록임에 틀림없다. 올시즌 이정후 다음으로 최다 타석 '무병살타' 행진 중인 선수는 마이애미 유격수 재비어 에드워즈로 그는 이날까지 280타석, 246타수에서 아직 병살타가 없다.
한 시즌 규정타석을 채우고 병살타를 한 개도 치지 않은 선수는 역대 4명이다. 1935년 시카고 컵스 오지 갈란(748타석), 1968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딕 맥올리프(658타석), 199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크레이그 비지오(744타석), 그리고 201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맷 카펜터(677타석)가 그들이다. 이정후도 이 그룹에 들어갈 지 지켜볼 일이지만, 우선 타격감을 하루빨리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일단 이정후는 이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칼 콴트릴의 직구를 강하게 받아쳐 투수를 맞고 1루 쪽으로 흐르는 내야안타를 치며 4경기 연속 무안타 침묵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타격감을 회복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NBC스포츠 중계진은 이정후가 이날 4회 타석에서 안타를 날리기 직전 "이정후는 자이언츠가 정말로 잘해줬으면 하는 타자다. 이정후 본인도 이에 동의할 것이다. 이정후의 부진에 관한 가지 사실은 볼넷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출루율은 다소 저조하다. 0.314는 나쁘진 않지만, 0.340이면 더 좋을 것이다. 그는 불리한 카운트에서 일찍 타격을 한다. 볼넷을 어느 정도 얻으면서 해나가면 안타도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타석에서 성급하다는 지적이었다. 공을 신중하게 고르고 볼넷도 많이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