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골든보이' 이강인은 끝내 'PSG 잉여자원' 남게되는 것인가.
최악의 전망이 결국 현실로 되어버린 모양이다. 자신을 벤치에 박아버린 파리생제르맹(PSG)을 떠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던 이강인의 도전이 좌절되고 말았다. 최근까지도 가장 적극적으로 이강인의 영입을 추진했던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가 사실상 이강인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나 이적 소식에 정통해 '1티어 기자'로 평가받는 잔루카 디 마르지오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 기자와 이강인의 PSG행을 처음으로 정확히 보도했던 스페인 매체 렐레보의 마테오 모레토 기자가 연이어 나폴리의 이강인 포기 소식을 전했다. 이건 거의 99% 확정적이라는 뜻이다. 나폴리는 이강인 영입을 포기했다.
디 마르지오 기자는 24일(이하 한국시각) '나폴리는 이미 노아 랑(PSV 에인트호번) 영입에 합의했다. 이적료는 2800만유로(약 443억원)다'라며 '뿐만 아니다. 나폴리의 영입 명단에는 제이든 산초와 단 은도예, 페데리코 키에사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 안에 이강인의 이름이 없다. 실수로 빠트린 게 아니라 나폴리가 영입 리스트에서 이강인을 지워버렸다는 걸 의미한다.
모레토 기자 역시 지난 23일 '히얼위고'로 유명한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의 유튜브에 출연해 '이강인이 나폴리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디 마르지오 기자의 보도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또한 이강인의 나폴리행이 무산됐음을 의미한다.
이강인은 2024~2025시즌 초중반까지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큰 신임을 받으며 전방위적으로 활약했다. 가짜 9번과 측면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등을 전방위적으로 오가며 팀의 소금과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달력이 2025년으로 넘어가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1월 이적시장에서 PSG가 7000만유로(약 1115억원)의 높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나폴리의 에이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를 영입하면서부터 이강인의 커리어에 먹구름이 끼었다.
원래 이 시기에 나폴리는 이강인을 적극적으로 원했다. 흐비차의 스왑 딜 대상으로 이강인을 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PSG는 일단 이강인을 '이적 불가' 대상으로 지정하고, 나폴리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강인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흐비차가 PSG에서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하자 이강인의 역할이 완전히 지워져 버렸다. 여기에 데지레 두에, 우스만 뎀벨레 등도 진가를 펼치면서 PSG의 스쿼드 레벨이 급격히 올라갔다. 이강인은 더 이상 파고들 여지가 없었다. 결국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벤치에 박아두기 시작했다. 1월 이후 이강인은 PSG 잉여자원으로 취급받았다.
때문에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PSG가 이강인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프랑스 유력매체 레퀴프는 "PSG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강인을 매각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강인 또한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원하고 있다"며 구단과 선수 모두 이적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자 나폴리가 다시 이강인 영입을 위해 움직였다. 한때 성사 직전까지 협상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갑자기 변수가 등장했다. 이적할 것처럼 주전 미드필더인 안드레-프랑크 잠보 앙귀사가 잔류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나폴리는 원래 앙귀사를 내보내고, 이강인을 영입해 공백을 메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앙귀사가 남겠다고 하면서 모든 상황이 돌변했다.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는 17일 '나폴리의 이강인 영입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앙귀사의 태도 변화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라며 나폴리가 이강인 영입 움직임을 일단 중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앙귀사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고 싶다는 뜻을 밝힌 이후 알 카다시야(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떠올랐다. 그러나 앙귀사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폴리에 잔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나폴리는 결국 이강인에 대한 시선을 거둬 들일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강인의 'PSG 탈출시도'는 단순한 여름 해프닝으로 끝나게 될 전망이다. 이강인으로서는 새로운 각오를 해야 할 시점이다. 스스로 경쟁을 뚫고 다시 주전으로 성장하느냐, 아니면 벤치신세에 만족하느냐다. 과연 이강인이 어떤 모습으로 새 시즌에 등장하게 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