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동경했던 선배의 은퇴 결정을 축하해주기 위해 선발 등판 당일에도 달려나갔다. 오승환의 은퇴 투어가 사실상 시작됐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지난 6일 올 시즌 종료 후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삼성 구단은 오승환의 등번호 '21번'을 라이온즈 구단 역사상 4번째 영구 결번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KBO와 타 구단들의 협조를 얻어 은퇴 투어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워낙 갑작스럽게 은퇴가 결정됐다보니 삼성도, 타 구단도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인천 원정을 치르고 있던 삼성의 상대팀인 SSG 랜더스 역시 마찬가지. 삼성은 7일 SSG와의 경기가 올해 정규 시즌 인천 마지막 경기다. 포스트시즌에 만나지 않는다면, 사실상 오승환이 랜더스필드 그라운드를 밟을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은퇴 결정 후 SSG가 부랴부랴 은퇴 기념 행사를 준비했다. 공식 은퇴 투어 이벤트를 준비하기에는 준비 시간이 거의 반나절 뿐이었다. SSG 구단도 "시간이 너무 촉박한 관계로 은퇴 기념 행사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신 SSG와의 은퇴 투어 행사는 추후 편성 예정인 대구 경기에서 진행되기로 양 구단이 조율을 마쳤다.
그런데 이날 은퇴 기념 행사때 SSG 주장 김광현이 오승환에게 직접 꽃다발을 건넸다. 상대팀 주장이 축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이날 김광현이 선발 등판을 하는 날이라는 사실이 다소 의외다.
보통 선발 투수들은 등판 당일 예민하게 자신의 루틴을 지킨다. 김광현 역시 마찬가지. 등판 직전에는 이벤트나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관계자들도 먼저 배려한다.
하지만 이날은 특별했다. 김광현이 흔쾌히 은퇴 기념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SSG 구단 관계자들도 "광현이가 선발 등판일에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고 놀랐다. 대신 선발 김광현을 배려해 행사를 오후 5시53분에 시작했다.
김광현은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대표팀에서 함께한 인연이 있고, 내가 미국에 진출했을 때는 직접 전화를 주셔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팀 분위기를 설명해주셨다.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면서 "비록 오늘 선발 등판이지만,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 은퇴 행사에 꽃다발을 전달할 수 있어 큰 영광이다"고 고개 숙였다.
이어 김광현은 "어릴 적부터 오승환 선배님의 투구를 동경해왔고, 특히 마운드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늘 본받고 싶은 선배 투수다. 선망의 대상인 선배가 은퇴를 결정해서 아쉬움이 크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 제 2의 인생에도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오승환이 직접 장내 마이크를 잡고 서서 팬들에게 "갑작스럽게 은퇴 발표를 하게 됐는데 선수로서는 마지막 SSG 랜더스 구장 방문에, 팬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SSG 관계자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꽃다발 증정식에 이어 양팀 주장인 김광현, 구자욱과 기념 사진을 촬영한 후 양팀 선수단 전체가 나와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대졸과 고졸 신인으로 나이 차이가 있고, 타팀이지만 2005년 입단 동기인 SSG 최정도 이날 오승환과 뜻깊은 인사를 나눴다. 최정은 "은퇴 소식을 많이 놀랐다. 마운드에서 정말 압도적이고 위압감이 대단했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최고의 직구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오승환의 공을 이야기하고 싶다. 오랜 시간 후배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박수를 보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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