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케 듀오'의 우정은 변치 않았다.
해리 케인은 8일(한국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우리는 몇 년 동안 경기 안팎에서 함께 마법 같은 순간을 공유했다. 한 사람이자 선수로서의 모든 성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가장 최고의 사람들 중 한 명"이라며 "지난시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을 보니 정말 즐거웠고 다음 단계에서 성공할 거라고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곧 만나자'는 글과 함께, 손흥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러 장 게시했다.
손흥민은 최근 토트넘과 결별했다. 그는 2일 뉴캐슬과의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또 한번 토트넘과 좋은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 선수들도 많이 기대하고 있다. 꼭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가지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올 여름, 팀(토트넘)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축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 축구를 하면서 한 팀에 10년 있었던 것은 내게도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새 환경에서 새 동기부여를 통해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10년 전에 처음 왔을 땐 영어도 잘 못하던 소년이었다. 지금은 남자가 돼 떠나게 됐다. 작별에도 좋은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지만 좋은 시기에 떠나게 됐다. 모두가 이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완벽한 피날레였다. 손흥민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전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6만4773명이 운집한 상암벌은 손흥민의 '라스트댄스'를 위한 거대한 극장이었다. 손흥민은 '함성'을 몰고 다녔다. 응원가인 '나이스 원 쏘니'도 트럼펫 선율에 맞춰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다.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다 후반 18분 모하메드 쿠두스와 교체아웃됐다. 영웅의 마지막에, 토트넘도, 뉴캐슬도 박수를 보냈다. 작은 가드 오브 오너까지 이루어졌다. 손흥민은 관중, 선수단 등의 기립박수 속 벤치로 물러났다.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는 가운데, 참고 참았던 눈물샘도 터졌다.
손흥민은 경기 후에는 상암벌을 돌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헹가래로 '캡틴'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손흥민은 오열하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경기 후 "오늘이 손흥민의 마지막 경기"라고 했다.
곧바로 새로운 행선지가 발표됐다. LA FC였다. LA FC는 7일 구단 채널을 통해 손흥민의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1+1'이다. LA FC는 '손흥민은 2027년까지 '지정 선수(Designated Player·샐러리캡을 적용받지 않는 선수)'로 등록되며, 2028년까지 연장 옵션이 있다. 추가로 2029년 6월까지의 옵션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구단은 손흥민의 이적료와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BBC 등 해외 매체에선 이적료는 2000만파운드(약 368억원), 연봉은 1000만달러 이상으로 MLS 전체 3위 수준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꿈이 이루어졌다. LA는 엄청난 도시다. 나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한 여러 구단주들에게도 감사하다. LA FC가 첫번째 옵션은 아니었지만, 시즌 끝난 종료 후 첫 통화로 내 마음을 바꿨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나에게 비전을 보여줬고, 결국 여기에 왔다. 행복하다. 전날 경기장에서 엄청난 성원 보내주시는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단순히 LA에 온 것이 아니라우승 하러 왔다. 경기장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고,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 믿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손흥민의 LA FC행은 축구계의 큰 소식이었다. 토트넘은 10년간 활약한 영웅에 대한 헌사가 이어지고 있다. 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케인은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정복했다. 무려 3차례나 득점왕을 차지했다. EPL에서만 213골을 넣었다. EPL 역대 최다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잉글랜드 역대 A매치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득점에 관해서는 잉글랜드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리그는 물론 FA컵, 리그컵도 거머쥐지 못했다. 토트넘은 윈나우 정책을 취하며 조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등 당대 최고의 명장들을 연이어 영입했지만,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결국 케인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수많은 러브콜 속 독일 최고 명문으로 불리는 바이에른으로 이적했다.
케인의 이적으로 손-케듀오는 해체됐다. 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최고의 콤비였다. 손흥민과 케인은 리그에서만 무려 47골을 합작했다. 36골을 함께 만든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록바를 제치고 EPL 역사상 최고의 콤비로 자리매김했다. 손흥민은 24골-23도움, 케인은 23골-24도움을 기록했다.
둘은 갈라졌지만, 우정은 영원했다. 케인이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하며 무관의 한을 끊자. 손흥민은 "문자를 보냈는데 영상 통화가 오더라. 상당히 기뻐하는 모습에 너무나도 기뻤다. 워낙 친한 친구이고 같이 많은 것을 이뤄낸 동료로서 정말 너무나도 가족 일처럼 기뻤다. 그런 좋은 기운들, 케인 선수가 응원해 주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손흥민 역시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무관의 한을 끊었다. 케인 역시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케인은 지난 8일 토트넘과의 프리시즌 친선경기 후 인터뷰에서 "손흥민에게 엄청난 축하를 보낸다. 대단한 토트넘에서의 커리어였다. 무엇보다도 훌륭한 사람이었다. 친구로서 얼마나 겸손하고 좋은 사람인지 정말 잘 알고 있었다"며 "우리는 선수로서도 최고의 파트너십을 맺었고, EPL 역사상 최고의 듀오였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경기장에서 함께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이어 "작년에 팀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손흥민에게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손흥민이 소중히 간직할 기억일 것이다. 이제 그에게 새로운 장이 열렸다. LA로 가서 그의 모든 일이 잘 되길 바라며, 곧 새로운 장에서 그를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SNS에 다시 한번 글을 올리며, 손흥민과의 특별한 우정을 과시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