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갑자기 방망이가 안 맞네."
전반기 뜨거웠던 불방망이가 거짓말처럼 식어버렸다.
프로의 세계에 '졌지만 잘 싸웠다'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깔끔하고 신사적인 패배보다는 진흙에 뒤엉키는 혈투를 펼쳤어도 승리가 우대받는다.
야구의 경우 타선의 힘이 중요한 이유다. 투수진이 제아무리 완벽한 계투를 이어가도 승리할 수 없다. 결국 승리를 위해서는 한방이 필요하다.
후반기 롯데 자이언츠의 고민이다. 전반기 팀 타율 2할8푼으로 10개 구단 중 1위를 달렸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2할4푼4리에 불과하다. 전후반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LG 트윈스(2할9푼4리) 삼성 라이온즈(2할7푼9리)와는 대조적이다.
거포 없는 '소총 타선' 롯데에게 팀 타율은 매우 중요한 지표다. 팀 홈런은 압도적 꼴찌(54개)다. 후반기만 봐도 팀 홈런이 10개가 안되는 팀은 롯데(6개) 한팀 뿐이다. 두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가 레이예스(10개) 단 한명 뿐이다. 그 뒤를 받치던 나승엽(8개) 전준우(7개)는 1군에서 말소된 상황.
특히 해결사 역할을 해주던 전준우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공백이 절절하다. 레이예스도 후반기 들어 한풀 꺾였다.
그리고 지난해 각각 홈런 14개씩 쏘아올렸던 윤동희(홈런 5개)와 고승민(4개)은 8월 들어 1할 타율로 주저앉았다. 현재까지 윤동희의 8월 타율은 무려 1할5리(19타수 2안타) 고승민은 1할5푼4리(26타수 4안타)다.
천하의 김태형 감독조차 당황스러울 만큼 갑작스런 부진이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방망이가 이상하게 갑자기 안 맞는다"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주중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타선 집중력 부족으로 1승2패 루징을 기록하며 최근 4개 시리즈 연속 이어왔던 위닝 행진이 끝났다. 경기전 김태형 감독이 "양현종의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더라"라며 탄식할 정도였다.
이어 8일 부산 SSG 랜더스전에선 대체선발 최민준을 상대로 단 1점도 뽑지 못한 끝에 0대1 패배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특히 최고의 득점 찬스였던 5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다름아닌 고승민. 그는 SSG 필승조 김민의 초구를 공략했지만, 좌익수 뜬공으로 아쉽게 돌아섰다.
이날 롯데는 단 3안타에 그치는 빈공을 드러냈다. 황성빈과 유강남, 노진혁이 각각 안타 하나씩을 쳤고, 윤동희는 2타수 무안타, 고승민은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특히 윤동희가 7회 내야안타가 될 수 있는 땅볼을 치고도 허벅지 통증으로 전력질주하지 못하는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갈길 바쁜 롯데다. 한시가 급하다. 8일 선수단과 첫 인사를 나눈 새 외인 투수 벨라스케즈가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롯데는 이미 '윈나우'에 이어 '올인'을 외쳤다. 남은 건 전력질주 뿐이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