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이글스의 '오빠' 손아섭이 홈을 훔치는 시간, 0.3초면 충분했다.
한화 손아섭이 역동적인 플레이로 마법을 부렸다. LG 트윈스 포수 박동원이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굳었다.
손아섭은 10일 잠실 LG전 매우 귀중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연패에서 구했다. 손아섭은 3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5대4 승리에 앞장섰다. 이 경기에서 졌다면 한화는 LG와 4경기 차이로 벌어지며 선두 경쟁에 치명타를 입을 뻔했다. 손아섭 덕분에 한화는 1위 LG와의 승차를 2경기로 좁혀 희망을 되살렸다.
이날 손아섭이 만들어낸 가장 큰 명장면은 7회초에 나왔다. 3-2에서 4-2로 달아나는 홈 쇄도가 결정적이었다.
3루 주자 손아섭은 문현빈의 1루 땅볼 때 홈으로 돌진했다. LG 1루수 천성호의 수비가 상당히 신속했다. 홈 송구도 정확했다. 아웃타이밍이었다. 박동원이 공을 받아 홈 앞에 글러브를 대고 손아섭을 기다렸다.
어찌된 영문인지 손아섭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동안 박동원의 글러브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아섭의 오른손이 글러브를 지나쳐 홈을 스칠 때 쯤 박동원이 깨어났다.
느린 화면으로 재생하면 박동원이 3초 가까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0.3초에 불과한 시간이었다.
손아섭이 양 팔을 벌려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 어디로 태그를 해야 할지 판단이 늦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슬라이딩 기술이 워낙 발전해 태그를 보고 한 팔을 빼는 동작은 주루플레이에 능한 주자들이라면 기본으로 해낸다.
박동원이 오른팔을 노리면 손아섭은 오른팔을 접었을 것이고 왼팔을 노렸다면 왼팔을 접었을 수도 있다.
가장 안전한 선택지는 기다리지 않고 마중을 나가는 것이었다. 손아섭의 머리나 몸통을 태그하면 피할 수 없다. 자칫 이는 부상 위험이 있으며 그 짧은 순간 동안 이런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화 쪽으로 승운이 따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1점은 매우 컸다.
LG가 2-4가 아닌 2-3으로 1점 뒤진 채 9회초에 들어갔다면 함덕주가 아니라 마무리 유영찬을 꺼냈을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3-2가 아니라 4-2로 앞선 덕분에 9회초 유영찬 대신 함덕주를 끌어냈다. 함덕주를 공략하며 1점을 추가해 3점 리드를 확보했다. 한화 마무리 김서현이 9회말 5-4까지 추격당한 점을 보면 손아섭이 정말 큰 점수를 뽑아낸 셈이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