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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점잖으면 안 봅니다"..'나는 생존자다' PD, 선정성 논란→방송금지 가처분 뚫고 가는 의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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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나는 신이다'의 후속 '나는 생존자다'가 무사히 시청자 앞에 공개될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새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의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나는 신이다' 시리즈에 이어 '나는 생존자다'를 만든 조성현 PD가 참석했다.

'나는 생존자다'는 '나는 신이다'의 두 번째 이야기.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네 개의 참혹한 사건, 그리고 반복돼서는 안 될 그 날의 이야기를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8개 이야기로 구성된 '나는 생존자다'는 JMS(기독교복음선교회)와 교주 정명석, 그리고 그를 지키고자 하는 거대한 권력에 맞선 메이플의 포기하지 않은 투쟁기를 통해 공권력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범죄자들을 비호하고 양산해왔는지 파헤친다. 또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한국 현대사 최악의 인권 유린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 부유층에 대한 증오로 살인공장까지 지어 연쇄 살인을 저지른 지존파 사건도 다룬다. 부실 공사와 비리, 감독기관의 무책임이 빚어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까지 그날 네 개의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외면돼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다룬다.

조성현 PD는 '나는 생존자다'를 만든 이유에 대해 "이름을 먼저 생각하고 그 뒤에 구체적인 기획을 하게 됐다. '나는 생존자다'에서 메이플이란 친구가 겪는 이후의 상황을 보면서 그 마음이 더 굳어졌다. 그 친구는 세뇌된 상태에서 헤어나와서 자신이 하나님이라 믿었던 사람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건데, 인터넷에서는 다른 반응들이 많았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얼마나 바보 같았으면 그런 일을 당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저희 이야기 속의 피해자들은 단순히 피해자라고 부를 수 업는 분들인 것 같다. 소중한 분들이고 존중받아 마땅한 분들인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느끼고 '나는 생존자다'라는 이름을 정했다"고 말했다.

조 PD는 이번에 형제복지원, JMS, 지존파, 삼풍백화점 등 사건을 다뤘다. 조 PD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가장 반복되지 말아야 하는 참사가 무엇인지 살폈고, 생존자 분들이 남아 있는 사건, 여러 사건의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그간 저희가 알고 있던 것 외에 입체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분이 있는 이야기를 골랐다"며 이야기를 구성한 이유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나며 잊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조성현 PD는 '나는 생존자다'에 대해 "2년간 준비했다"며 "나는 분노라는 감정에 익숙한 사람인데, 이번 만큼 많이 울었던 적은 처음이다. 생존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까지 처참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이 입을 열 수 있는 이유도 공감했다.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그동안 카메라 앞에서 하지 못하고, 용기를 내지 못했던 분들을 모시는 일이었다. 1년 가까이 섭외한 분도 있었다. 이들이 나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말에 동감을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공개됐던 '나는 신이다'는 선정적인 장면이 다수 사용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JMS의 성적 피해자들에 대해 다루면서 여성의 나체를 공개하거나 성적인 묘사를 적나라하게 했다는 지적도 받은 것. 이에 대해 조 PD는 "저는 이 사건이 알려질 수 있도록,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방송 저널리즘에는 '적절한 수위'를 지키고, '적절한 표현'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메이플이 우리 방송에 앞서 다른 곳에서 비슷한 얘기를 인터뷰했는데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그 이유를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면 그 내용을 점잖게 깎아내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보시기 힘드시겠지만,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저는 그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생존자들과의 약속이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나는 생존자다'는 실제와 같은 세트를 구성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감정을 전달한다. 조 PD는 "'생존'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그분들이 생존해온 환경(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저는 네 개의 지옥을 구현했다고 말한다. 형제복지원은 그때 당시의 사진, 도면, 설계도를 확인해서 인터뷰 세트를 지었다. 그분들의 생존 환경을 구현해냈다. 그걸 본 순간 이분들이 어떤 환경에서 견뎌왔는지를 알았다. 그분들이 여전히 탈출하지 못한 지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꼼꼼한 준비 끝에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마치기는 했지만, 공개 직전 암초를 만난 상태다. JMS와 전 교인 이모씨, JMS성도연합회는 MBC와 넷플릭스를 상대로 '나는 생존자다'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12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이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JMS 측은 법정에서 "제작진이 거짓 의혹을 제기하고 JMS신도와 교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제작사는 "다큐는 공익을 목적으로 사실에 기반해 제작됐다"고 반박했다. '나는 생존자다'의 공개가 15일로 예정된 만큼 정상적인 공개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에 조성현 PD는 "정작 그날 공개를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한켠에 있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8월 15일 오후 4시에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어제(12일)가 법원 심문이 있던 날이었고, 방송이 나가기 전에 가처분 신청이 총 세 건이 접수가 됐다. 저희 방송을 틀지 말게 해달라는 요구인 거다. 왜 이렇게 방송을 막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시즌1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누군가에게는 이게 공개되는 것이 매우 불편한 일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누구나 알아야 할 일이다. 저는 대한민국 법원을 신뢰하고 국민들을 위한 좋은 판단을 해주실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