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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출근 전에…" 20도루↑ 성공률 1위, 이런 디테일 있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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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도루 개수보다는 성공률을 높게 가지고 가고 싶다."

이원석(26·한화 이글스)은 올 시즌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 중 유일하게 성공률 90% 이상(91.3%)을 가지고 있다. 총 21개의 도루를 성공하는 동안 실패는 단 두 번에 그쳤다.

경기 중후반 1~2점이 필요한 승부처에서 이원석은 어김없이 몸을 풀고 그라운드로 나간다.

지난 1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 이원석의 '발'이 빛났다. 2-0에서 2-3으로 뒤집히며 맞이한 8회말. 선두타자 이진영이 롯데 정철원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냈고, 이원석이 대주자로 나갔다.

하주석이 삼진으로 물러난 가운데 최재훈 타석에서 대타 이도윤이 나왔다. 초구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가운데 2구째 슬라이더에 이도윤의 배트가 헛돌았다. 포수가 제대로 포구를 못했고, 이원석은 재빠르게 2루로 들어갔다.

이후 슬라이더 한 개가 더 낮게 들어갔고, 다시 한 번 바운드 된 틈을 타 이원석은 3루까지 훔쳤다. 포수 정보근이 재빠르게 송구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어느덧 1사 3루가 됐고 이도윤이 중견수 방면으로 타구를 보내면서 이원석은 홈으로 들어왔다. 3-3으로 원점으로 돌아간 경기.

연장으로 흐른 승부. 11회말 한화는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김태연이 유격수 인필드플라이로 물러난 가운데 이원석이 마지막 타자로 들어섰다. 이원석은 롯데 투수 김강현을 상대로 침착하게 볼 4개를 골라냈고, 결국 밀어내기 볼넷으로 이날 끝내기 주인공이 됐다.

경기를 마친 뒤 이원석은 "무조건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라며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는 투수라서 몸쪽 높게 보고 들어갔다. 그 덕분에 배트가 잘 안 나왔던 거 같다"고 했다.

연속 폭투로 동점을 만들었던 상황. 이원석은 "2루에서 서있는데 그립이 보이더라. 슬라이더 그립이 보였는데 (이)도윤이 형이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해서 다시 떨어트릴 수 있겠다 싶어서 대비했던 게 바로 스타트가 걸렸다"고 비법을 공개했다.

대주자, 대수비로 나가면서 남다른 준비도 하고 있었다. 이원석은 "경기 전에 투수 습관을 보고 들어가고 있다"라며 "처음에는 코치님께서 추천을 해주셔서 경기 전 불펜 투수 영상 같은 걸받아서 봤다. 주로 후반에 나가니 불펜투수 습관 같은 걸 자기 전에 보거나 출근해서 보니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수비에 대해서는 "수비는 보폭을 짧게 가지고 갔는데 올해는 조금 크게 가지고 가니 시야도 덜 흔들리고 따라가는 것도 마음이 편해졌다. 덕분에 수비도 좋아지는 거 같다"고 밝혔다.

데뷔 첫 20도루를 기록하는 등 올 시즌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이원석은 "확실히 도루 개수보다는 성공률을 높게 가지고 가고 싶었다. 개수는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감독님께서 매 경기 내보내주셔서 더 좋은 성적내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묵묵히 열심히 하다보면 또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주전으로 거듭나면서 이원석 개인에게도 남다른 순간이 있었다. 최근 개인 응원가가 생겼고, 이원석이 타석에 설 때 뿐 아니라 도루에 성공해도 팬들은 이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이원석은 "오래 기다렸는데 잘 만들어주셨다. 응원단장님께 감사한 마음"이라며 "다만, 팬들께서 조금 부르기 힘드실 거 같다"고 웃었다.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