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이정후가 다시는 볼 수 없는 종류의 캐치를 보여줬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공식 SNS 계정에 이정후의 호수비 장면을 올리며 감탄했다. 미국 언론도 경악하기는 마찬가지. SNS에는 이정후가 양 무릎으로 타구를 잡아 뜬공으로 처리하는 기묘한 장면으로 도배가 되고 있다.
이정후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기막힌 수비를 펼쳤다.
4회초 탬파베이 선두타자 얀디 디아스의 타구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로 높이 떴다. 이정후가 타구를 쫓아갔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강하게 분 탓에 이정후는 슬라이딩을 할 수밖에 없었다. 타구가 글러브에 맞고 튀면서 치명적인 장타로 연결되나 싶던 차에 이정후가 엎드린 상태로 몸부림을 쳤다. 가슴으로 튄 타구를 어떻게든 잡으려 했고 무릎까지 굴러간 것을 기어코 무릎 사이로 끼워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정후는 무릎에 공을 낀 채로 일어나 그제야 공을 꺼내 보이며 '내가 잡았다'고 경기장에 있는 모두에게 증명했다.
당연히 타구를 놓칠 것이라 예상했던 미국 현지 중계진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무릎으로 잡았다!"고 소리친 뒤 "10년짜리 수비다. 하루, 한 주, 한 달, 한 시즌에 한 번 나오는 게 아니라 1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수비"라고 극찬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도대체 어떻게? 이정후가 이 타구를 무릎으로 낚아챘다"며 놀라워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 '샌프란시스코클로니클'의 수잔 슬러서는 "이정후가 무릎으로 타구를 잡았다. 저 공을 끝까지 잡은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와."라고 감탄했다.
MLB.com은 '정후 리(LEE)' 대신 '정후 니(KNEE)'로 표기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정후는 경기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수비 상황과 관련해 "바람이 엄청 강하게 불면서 공이 많이 뻗어 나갔다. 그래서 슬라이딩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을 잡긴 했지만, 가슴부터 시작해서 내 몸으로 공이 굴러가는 게 느껴졌다. 확실히 정말 웃긴 포구였다"며 본인도 신기해했다.
MLB.com은 '조심스럽게 일어선 이정후는 무릎 사이에서 공을 꺼내 들어올리며 놀라운 포구를 확인시켜줬다. 우익수 드류 길버트는 감탄하는 미소를 지었다'고 했다.
길버트는 "진짜 완전 미쳤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수훈 선수에게서 나온 결정적 플레이였다"며 엄지를 들었다.
바로 옆에서 수비를 지켜본 길버트는 이정후가 무릎으로 타구를 낚아챈 것을 알아챘지만, 경기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플레이를 보기 전까지는 이 장면을 믿지 못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나는 이정후가 주저앉은 줄 알았다. 그의 발목이나 어디를 다친 줄 알고 걱정했다. 그가 한동안 쓰러져 있었기 때문에 확신할 수가 없었다. 리플레이가 조금 걸렸지만, 우리 팀 사람들은 포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가 무릎으로 포구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정말 좋았다. 그런 수비는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최대 피해자인 디아즈는 "나는 200% 2루타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정후가 잡았으니 불운했다. 내 생각에 이정후는 그런 수비를 한 유일한 선수 같다. 정말 특이한 플레이였다"고 이야기했다.
불과 일주일 전. 이정후는 디애슬레틱 기자 앤드류 배걸리에게 혹평을 들었다. 중견수를 시키면 안 될 정도라는 것.
배걸리는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의 허술한 외야 수비는 (홈구장에서 망가지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정후는 그가 방망이로 만들어낸 모든 가치를 중견수 수비로 반납하고 있다. 좌익수 헬리엇 라모스는 통계적으로 메이저리그 최악의 외야수다. 이정후를 좌익수로 옮기고, 그를 밀어낼 수 있는 중견수를 영입하거나 육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수비를 펼치며 혹평을 스스로 지웠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호수비 덕분에 탬파베이와 팽팽한 흐름을 유지하다 경기 후반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리며 7대1로 이겼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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