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워낙 페이스가 좋으니…"
이래서 프로는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건가.
삼성 라이온즈 김지찬이 돌아온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와도 자신의 자리였던 리드오프로 돌아오지 못할 분위기다.
김지찬은 지난해부터 삼성 부동의 1번타자로 자리매김 했다. 외야 전향이 대성공을 거두며, 방망이까지 살아났다. 주루야 워낙 좋은 선수니, 출루만 되면 1번타자로서 딱이었다.
올해도 1번은 당연히 김지찬의 자리였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 햄스트링에 내전근에 계속 다친다.
이번 내전근 부상으로 김지찬이 이탈하자 1번 타순 고민이 많던 박진만 감독은 13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박승규 1번 카드를 꺼내들었다. 성공 조짐이다. 5경기 1번으로 나가 21타수 5안타. 타율 수치보다 타석에서의 승부, 타구 질과 출루 등 그림이 좋다. 15일 롯데 자이언츠전 홈런도 쳤고 볼넷을 꾸준히 얻어낸다. 5경기 총 5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17일 롯데전에서도 경기 시작하자마자 끈질긴 커트로 롯데 선발 감보아가 공을 9개나 던지게 했다. 16일에는 중견수 수비에서도 슈퍼캐치로 삼성을 구했다.
그런 가운데 김지찬이 돌아온다. 원래는 17일 콜업 예정이었다. 하지만 16일 2군 경기를 뛰다 자신의 파울 타구에 맞아 살짝 좋지 않았다. 그래서 박 감독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19일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콜업할 예정이다.
교통 정리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김지찬이 1번에 복귀할 줄 알았다.
하지만 박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박승규 덕에 부산에서 2승1무 성적도 거뒀고, 좋은 분위기를 밀고 나가보겠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박승규의 페이스가 워낙 좋다. 팀에 활력을 넣어주고 있다.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반대로 김지찬은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상대 선발 유형을 봐야겠지만 당분간은 박승규가 1번"이라고 밝혔다.
박승규는 우타자, 김지찬은 좌타자니 박 감독 말대로 상대 선발 유형에 따라 유연하게 선수들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 김지찬의 자리는 어디가 될까. 박 감독은 "2번은 김성윤이 있다. 김지찬은 8번이나 9번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지찬이 오면 외야수 한 명을 지명타자로 돌리는 등 로테이션이 가능해질 것 같다. 체력 안배 측면에서 좋아지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똑같은 성적이어도 고정 1번타자냐, 하위 타자냐에 따라 선수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과연 박승규가 김지찬을 제치고 라이온즈 뉴 리드오프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김지찬의 삼성 1번이란 자기 자리를 되찾아오게 될까.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삼성 야수진 전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