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노화를 늦추고 장수를 유도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와 연세대 서진수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광표 박사 공동 연구팀이 리보솜의 품질을 관리하는 '펠로타'(PELOTA) 단백질이 노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이종선 박사, 김은지 박사와 KRIBB 이보라 박사, 연세대학교 이혜인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해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PNAS'에 지난 8월 4일 날짜로 게재됐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전령RNA)는 세포 내 유전정보인 데옥시리보핵산(DNA)으로부터 단백질을 번역해 세포질 속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에 전달한다. 펠로타 단백질은 이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mRNA를 제거함으로써 리보솜의 품질을 관리한다.
그동안 RNA, 특히 mRNA는 단백질 합성을 위한 중간 산물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DNA보다 불안정하고 수명이 짧아 정량적 분석이나 장기적 추적 연구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RNA 자체의 생리적·기능적 역할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노화가 진행되면 세포 내 DNA 및 단백질 품질이 저하돼 다양한 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RNA 수준에서 노화와의 연관성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수명이 짧아 노화 연구에 널리 사용되는 '예쁜꼬마선충'(몸길이 1㎜ 정도의 선충류)을 활용해 RNA 수준에서 펠로타 단백질의 기능을 밝혔다. 특히, 정상 선충에서 펠로타를 과발현했을 때는 수명이 연장돼, 비정상적인 mRNA의 제거에 중요한 리보솜 기반 품질 관리가 장수 유도에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리보솜 품질 관리 시스템은 노화와 생체 내 에너지 대사 조절에 중요한 세포가 영양 상태나 성장 신호를 감지해 성장, 단백질 합성, 자가포식 등을 조절하는 경로인 '엠토르(mTOR) 신호 전달계'와 세포가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성분을 스스로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으로, 세포의 청소와 재활용 시스템인 '자가포식(autophagy) 경로'를 함께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펠로타가 결핍되면 mTOR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고 자가포식 기능이 억제되어 노화가 촉진되는 반면, 펠로타를 활성화하면 mTOR 억제 및 자가포식 유도를 통해 세포 항상성을 유지하며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발견이 생쥐와 인간에게도 보존돼 있으며, 펠로타의 결손이 근육 노화 및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인간 노화와 퇴행성 뇌 질환에 대한 치료 전략 수립에도 이바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봤다.
이승재 교수는 "지금까지 DNA 및 단백질 수준에서의 품질 관리와 노화의 연관성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RNA 수준의 품질 관리 시스템이 수명 조절에 기능적으로 관여한다는 분자적 증거는 매우 드물었다"며, "이번 연구는 비정상적인 RNA 제거가 노화 조절 네트워크의 핵심축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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