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 1라운드 고졸 신인 김영우는 올해 LG 불펜이 키워낸 필승조다. 김영우는 고교시절 156㎞의 빠른 공을 던져 지명 때부터 LG의 미래를 이끌 투수로 관심을 받았고 입단후 마무리캠프를 시작으로 애리조나 캠프,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시즌까지 줄곧 1군에서 뛰며 성장해왔다.
애리조나 캠프 때는 장현식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 임시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김영우는 올시즌 내내 추격조로 나서면서 1군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승리와 패전, 홀드, 세이브까지 모두 맛을 보며 경험을 쌓았다.
후반기 들어 슬라이더를 확실하게 장착하면서 안정감이 높아졌고 장현식이 8월들어 부진하면서 김영우가 필승조로 올라서 김진성과 함께 리드할 때 던지게 됐다. 19일 롯데전서 3-0으로 앞선 8회초 톨허스트 김진성에 이어 세번째 투수로 나선 김영우는 이전 3안타를 친 유강남을 삼진으로 잡고 박찬형과 전민재를 모두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 삼자범퇴로 끝냈다.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홀드. 투구수도 13개에 불과했다.
20일 롯데전에서도 홀드 상황에 등판. 7회말 오스틴의 희생플라이로 4-3으로 역전한 뒤 8회초 김영우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첫 상대인 4번 레이예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곧바로 김광삼 투수코치가 올라와 안정을 시켜주고 내려왔고 불펜에선 김진성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어 대주자 장두성의 도루를 신경쓰면서 유강남과 승부한 김유영은 145㎞ 슬라이더로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1아웃을 만들었다.
김민성 타석에 대타 왼손 노진혁과의 승부를 한 김영우는 2B1S에서 4구째 노진혁의 헛스윙으로 2B2S를 만들었으나 장두성이 2루 도루를 시도했고 이때 공이 뒤로 빠지며 승부도 해보지 못하고 2루를 넘겨줬다. 노진혁의 배트에 맞아 파울이 아닌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으나 결과는 파울이 아닌 스윙으로 인정돼 1사 2루에서 플레이가 계속 이어지게 됐다. 이젠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
그러나 김영우는 142㎞의 슬라이더로 노진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위기 탈출.
나승엽이 타석에서 자세를 잡을 때 김광삼 투수코치가 다시한번 나왔다. 이는 교체를 하겠다는 뜻. 마무리 유영찬이 곧바로 투입됐다.
유영찬이 나승엽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8회초를 마무리.
김영우는 ⅔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이틀 연속 홀드와 함께 시즌 세번째 홀드를 수확했다.
여기서 염경엽 감독의 세밀한 김영우의 필승조 키우기를 엿볼 수 있었다.
먼저 선두타자 볼넷을 내주자 베테랑 김진성을 몸풀게 해 위기를 대비하게 했다. 유강남을 막아내자 노진혁까지 승부를 하게 했다. 도루로 2루의 위기에 몰린 뒤 노진혁을 삼진으로 잡자 마무리를 투입하며 '위기를 탈출한 좋은 기억'을 갖고 마운드에서 내려갈 수 있게 했다.
물론 이겨내라며 나승엽과의 승부도 맡길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해 동점을 허용할 경우 필승조가 된지 얼마 안돼 블론세이브를 하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얼마 남지 않은 후반기에서 LG가 불펜 운영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김영우가 어려운 순간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던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었고, 마침 노진혁을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필승조로서 한단계 성장을 하고 내려올 수 있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