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모 아니면 도' 그래서 끊을 수 없는 유혹.
현 시점 28홈런 타자라고 하면 업고 다녀야 마땅하다 할 것이다. 디아즈(삼성)가 38개로 너무 멀리 달아나 그렇지, 리그 홈런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30홈런은 기정 사실이고, 몰아치기가 나온다면 40홈런도 가능한 페이스. 하지만 KIA 타이거즈 팬들은 외국인 타자 위즈덤을 보면 왜 한숨부터 나오는 것일까.
끊을 수 없는 유혹이다. 잊을만 하면 큰 타구가 하나씩 나온다. '뭐하는 거야'라고 하면 홈런을 친다.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위즈덤은 키움 선발 박주성의 변화구에 맥을 못추며 첫 타석 3구 삼진, 두 번째 타석 4구 삼진을 당했다. 다른 타자들은 대폭발하고 있는데 4회 혼자 파울 플라이 아웃. 아예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
그러다가 6회 '뜬금' 솔로포를 터뜨렸다. 팀이 11-6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음이 조금 편해지자, 힘차에 방망이가 돌아간 것. 결국 키움이 9-12까지 따라와 경기가 끝났으니 나름 영양가가 있는 홈런이라고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팀이 무기력한 타격 끝에 패한 20일 키움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 최근 5경기, 20타석에 들어서 안타 3개 치는 동안 삼진은 무려 9개를 당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홈런은 터진다. 워낙 파워가 좋으니, 맞기만 하면 외야로 타구가 쭉쭉 뻗어나간다. 문제는 맞히지를 못한다. 특히 찬스에서는 더 무기력하다. 대부분이 솔로 홈런이다. 그러니 홈런을 28개를 쳤어도 타점이 67개밖에 안 된다. 홈런타자로서 타율이 낮은 건 눈감아줄 수 있다. 그래도 '칠 때' 쳐주는 게 중요한데 위즈덤의 28홈런은 '속 빈 강정' 느낌이다.
그래도 뺄 수가 없다. 외국인 타자라는 상징성도 그렇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기에 그 일말의 기대를 져버릴 수 없는 것이다. 주자가 모여있는 상황 홈런 한방,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3루 수비도 그렇다. 김도영이 사실상 '시즌아웃' 판정을 받은 뒤, 위즈덤이 3루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위즈덤이 1루에 있고, 3루에 박민 등 수비형 선수들이 들어가면 타선의 힘이 너무 떨어진다. 위즈덤이 3루에 있어야 오선우를 1루로 활용할 수 있다. 외야는 나름 잘 돌아가고 있기에, 오선우가 1루로 오는 게 타선이 가장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마무리 정해영이 2군에 가는 등 불펜이 붕괴 직전 조짐인 가운데, 이범호 감독은 "그럴 때일수록 점수를 뽑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속에 '위즈덤 딜레마'가 있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