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꼭 안타와 타점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프로로서 자부심입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2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6대1로 승리했다. 승부처는 3회였다. KIA 박찬호, 오선우의 연속 실책으로 키움이 한 이닝 4득점하며 기선 제압을 한 게 컸다.
그런데 애매한 장면이 있었다. 키움이 박찬호의 실책으로 2-0으로 앞서나간 후 1사 2, 3루의 상황. 최주환이 KIA 선발 양현종의 공을 완벽한 타이밍에 잡아당겼다. 미사일같이 날아간 타구. 하지만 1루수 오선우 정면이었다.
오선우가 공을 잡지 못했다. 공이 중견수 방면까지 크게 튀어나갔다. 2, 3루 주자 모두 여유있게 홈인. 그런데 기록은 1루수 실책이었다. 타구의 강도나 수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안타를 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장면이었다. 하지만 공이 오선우의 글러브에 맞았고, 오선우가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건지 기록원은 실책으로 판단했다.
최주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는 상황. 21일 KIA전을 앞두고 만난 최주환은 "안그래도 경기 후 이의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KBO는 2022 시즌부터 판정에 관해 선수의 이의 신청을 받는다. 실제 번복되는 사례도 있다. 기록원도 사람이기에, 모든 판정을 기계같이 할 수는 없는 법.
팀이 이겼다. 사실 최주환은 올시즌을 앞두고 키움과 2+1+1년 최대 12억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2년 후 다음 계약 진행 옵션 외 세부 옵션은 없다. 안타 1개, 타점 1개에 연봉이 왔다갔다 하는 처지가 아니라는 의미다. 팀이 이겼으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최주환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프로 선수에게 안타, 타점 기록은 변하지 않는 목표이자 자부심이다. 이를 중요시 생각하지 않고 야구를 하면, 아무 목표 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꼭 안타로 기록이 정정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최주환은 얼마나 억울했는지 "오선우에게 직접 물어봤다. 타구가 너무 빨라 글러브로 대처하는 자체가 힘들었다고 하더라. 공이 발쪽에 맞은 걸로 알고 있다. 글러브에 맞았다면 타구가 그렇게 튀어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현종과의 자존심 대결도 있다. 두 사람의 굉장히 기묘한 인연이다. 광주동성고 1년 선후배로 최주환이 선배다. 그런데 최주환은 1988년2월28일생, 앙현종은 3월1일생. 단 하루 차이로 선후배가 된 것이다. 최주환은 "아직도 현종이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이상하게 맞대결을 하면 잘하고픈 마음이 크다. 그래서 꼭 안타가 돼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날 최주환은 기록상 양현종을 세 번 만나 중견수 플라이-실책-삼진으로 판정패했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