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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결 다른 짜증, 깊어져"…'어쩔수' 없는 이병헌 긴장해라, '얼굴' 박정민이 왔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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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위기의 한국 영화에 돌파구가 될, 지금껏 본 적 없는 '얼굴'이 초가을 극장을 찾는다.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미스터리 영화 '얼굴'(연상호 감독, 와우포인트 제작)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시각 장애를 가진 전각 장인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그의 아들 임동환까지 1인 2역을 소화한 박정민, 임영규의 현재를 연기한 권해효, 40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여인 정영희 역의 신현빈, 정영희가 일했던 청계천 피복 공장의 사장 백주상 역의 임성재, 정영희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 다큐멘터리 PD 김수진 역의 한지현, 그리고 연상호 감독이 참석했다.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남자와 그의 아들이 40년간 묻혀 있던 아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북미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된 '얼굴'은 '부산행'(16) '염력'(18) '반도'(20) 등을 통해 '연니버스'를 완성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연상호 감독의 초기 작품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확고한 주제 의식을 담은 작품으로, '연상호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와 제작진 20여명이 뭉쳐 단 2주의 프리 프로덕션과 13회 차 촬영, 2억원의 제작비만으로 완성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얼굴'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계 든든한 '파수꾼'으로 자리잡은 박정민이 데뷔 이래 최초 1인 2역 도전과 함께 시각장애인을 연기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선인부터 악인까지 다양한 캐릭터로 입체적인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권해효 역시 시각장애를 가진 전각 장인 역할로 새로운 부류의 호연을 보여 줄 예정. 또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재벌집 막내아들'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신현빈의 파격 변신이 예고돼 기대를 모은다.

이날 박정민은 첫 1인 2역 도전에 나선 과정에 대해 "아버지와 아들을 동시에 연기하면 보는 관객에겐 이상한 감정이 들 것 같았다. 또 배우로서도 한 번도 안 해 본 도전이라 재미있을 것 같아 연상호 감독에게 1인 2역을 제안했는데 정말 넙죽 받더라. 아무래도 연상호 감독이 제작비를 아끼려고 그랬던 것 같다. 실제로 1인 2역을 해보니 재밌더라. 캐릭터들 사이 서로가 서로의 감정에 영향을 주더라. 더 깊어지는 느낌을 받는 게 생소했다"고 웃었다..

연상호 감독은 "박정민과 세 번 째 호흡을 맞췄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데,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가 된 것 같다. 한국의 연기파 배우라고 하면 이제 박정민을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도 같은 시기 개봉하는데, 한국의 대표 연기파 배우인 이병헌과 박정민의 대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깊어진 짜증이 생겼다. 짜증의 결이 생긴 것 같다. 짜증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배우는 처음이었다. 직관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영화 초반에는 짜증을 참는 장면이 있는데 보는 관객은 엄청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분명 저 배우는 짜증을 잘 내는 배우인데'라며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지현 역시 "현장에서 캐릭터 때문에 짜증이 나 있는 얼굴이었는데 그래서 첫 모습만 보고 너무 무섭더라. 그런데 나중에 '많이 도와달라'며 부탁했더니 그 뒤로는 다정하게 배려해줬다"고 폭로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정민은 "짜증 연기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는데, 다음 작품에서 연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출 일이 있다면 다시는 짜증을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전각 장인 캐릭터를 위해 실제로 도장 파는 법을 배웠다는 박정민은 "도장 파는 법을 배웠는데 여러모로 엉망진창이었다. 도장을 파면서 배우, 제작진에 파서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 그나마 가장 잘 찼던 도장이 신현빈 도장이었다. 그것 또한 'ㄴ'이 반대로 되어 있을 것이다. 취미로 하면 좋더라. 잡생각도 사라지고, 영화 촬영이 끝난 뒤에도 도장 파는 도구 세트를 구비해 집에 놔뒀다"고 머쓱해했다.

권해효는 시각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실제로 렌즈도 끼면서 앞이 잘 안보였다. 그때 느끼는 편안함도 있더라. 많은 정보가 눈을 통해 들어오는데, 눈이 안 보이는 상태가 주는 안정감도 있었다. 내가 어떻게 보일지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었다. 작고하신 장인어른이 시각장애인이었는데, 그 옆을 옆에서 지켜봐서 알게모르게 캐릭터에 영감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부자(父子) 호흡을 맞춘 박정민은 "워낙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였다. 아무리 내가 따라가려고 해도 따라갈 수 없다. 내가 도장 팔 때도 연상호 감독은 권해효 선배 장면을 보면서 나에게 '아무리 네가 도장을 파도 저 얼굴(권해효)이 나오겠냐'며 감탄하더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신현빈은 작품에서 유일하게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어떻게 다른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까 접근했던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정영희는 영화 속에서 '불편한 정의'다. 이 영화는 '정영희의 얼굴'이 정말 중요했다. 감독으로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방식의 연출이 쉽지 않았는데, 배우도 얼굴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힘들었을 것이다. 신현빈은 얼굴 대신 손이나 다른 표현으로 감정을 전하더라.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오히려 정영희의 감정이 더 잘 느껴졌다. 신현빈이 잘 연기해준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현빈은 "연상호 감독이 처음엔 내게 얼굴이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가 있는데 배우로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더라. 그래서 나는 가볍게 배우들마다 상황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할 수 있다고 조언했는데 그게 내 역할이었다. 감정을 따라가게 됐고 이런 설정의 캐릭터를 얼마나 연기할 수 있을까 특별하게 다가왔다. 어려울 수도, 재미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배우들은 어떻게 하면 얼굴이 잘 드러나게 연기하려는 습관이 있는데 그걸 피해야 한다. 다른 것들로 전달을 해야 하는 방식이 어렵긴 했다. 몸짓, 움직임, 목소리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나름 목소리 톤도 여러가지 잡아보려고 했다. 나의 새로운 면도 많이 보이지 않았나 싶다"고 고백했다.

연상호 감독은 "'얼굴'은 만화로 먼저 만들게 됐는데 늘 영상화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얼굴의 감정이 굉장히 귀하다. 이러한 감정을 관객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연출을 하게 됐다. 요즘 매체가 정말 많은데, 영화를 만드는 방식의 다각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마 영화를 더이상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영화를 만드는 방식도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싶어 '얼굴'을 만들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배우와 제작진은 단 20여명, 2주의 프리 프로덕션과 13회 차 촬영, 2억원의 저예산 제작비로 만든 '얼굴'에 대해 "우리 영화는 기동성이 있는 영화였다. 배우들과 제작진이 현장에서 직관적인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신을 만들 수 있었다. 매일 신을 만드는 과정이 대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동창회를 하는 느낌으로 친한 배우, 제작진과 재미있게 촬영했다. 완벽하게 이 영화에 적합한 제작 방식이었다. 그래서 나한테는 이 현장이 추억이 됐다"고 자신했다.

이어 "새로운 영혼을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게 내 영화 인생의 동력이었다. 새로운 영혼을 가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몸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의 영화를 만들게 됐다. 두려움도 있었다. 영화가 너무 '후지면 어쩌지'라며 걱정도 들었다. 일단 걱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다각화에 대한 걸림돌이었더라. 그것부터 두려움을 떨치려고 했다. 우리 팀, 배우들과 모이면서 두려움은 사라졌다. 더 좋은 방식의 영화가 완성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블록버스터를 찍더라도 늘 제작비는 쫓겼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얼굴'을 촬영하면서 가장 편안하게 촬영했다. 한국 극장이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지금 극장은 변화의 시기를 맞은 것 같다. 그 변화는 또 다른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우리는 그 영화를 즐기면 될 것 같다"고 확신했다.

노개런티로 작품에 참여한 박정민은 "좋은 영화, 좋은 이야기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연상호 감독을 사모한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에 도울 부분이 있으면 돕고 싶었다. 저예산 영화에 출연료를 달라고 하면 소위 '짜치다'고 생각이 들 수 있다. 화끈하게 의리로 가려고 마음 먹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임성재는 "연상호 감독에 등을 돌린 팬들이 이번 작품을 보고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어 장내를 파안대소하게 만들었다.

'얼굴'은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 등이 출연했고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9월 1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